돈카츠를 좋아하세요...

Food & Poem 2 - 경복궁 옆 '서촌길 돈까스'

by 어진

보랏빛 이름. 캘리그래피로 부드럽게 조리된 글자 ‘서촌길 돈까스’. 글씨를 음미하니 고기가 부드러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저녁때가 되지 않아 자리엔 너와 나 둘밖에 없다.


한편의 시를 읽듯 메뉴판을 맛본다. 일본식 돈카츠 위에 한국식 퓨전 토핑이 추가된다. 김치 토핑, 갈릭 그라탕 토핑, 치즈 그라탕 토핑. 나는 정통 일본식 돈카츠, 너는 갈릭 그라탕 돈카츠를 고른다.

아직 저녁때가 되지 않아 자리엔 너와 나 둘밖에 없다.


상이 정갈하다. 일본식 단무지, 생강절임, 양배추 샐러드, 우동 국물. 후쿠오카 시골 민박집에서 먹는 한상차림 같다. 빵가루가 많이 묻혀 나와 부드럽다. 잡내는 없어지고 고소함만 남았다. 마늘이 토핑된 너의 돈카츠도 한 입 뺏어먹는다. 달짝지근하다.



늦은 오후,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배가 고프다면 버스에서 잠시 내려 이곳에 들르자. 퇴근하는 사람들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돈카츠를 썰자. 여유롭고 배부른 초저녁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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