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Poem 10 - 개밥바라기 작은별, 복실이에게
그래, 난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보는 널 꼭 안으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 계피, 「언젠가 너로 인해」
복실아, 고마워. 이렇게 매일 밤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빠의 머리맡에 누워서 긴 밤을 함께 보내 주어서 고마워. 매일매일 오빠 옆에서 새근새근 예쁘고 작은 잠을 청해 주어서 고마워. 복실아, 또 고마워. 십 년 동안 매일매일 오빠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마워. 십 년 전이면 오빠가 푸른 소년이던 때야. 귀엽고 조그마한 눈을 비비며 오빠 집에 온 첫날부터, 이제는 하얀 할머니가 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오늘 밤까지 오빠랑 함께 있어주고 오빠를 지켜 주어서 고마워.
복실아, 우리 복실이는 오빠의 소년 시절과 학창 시절의 전부야. 복실이가 없는 십 년은 상상이 되지 않고, 복실이가 없는 오빠의 소년 시절은 존재할 수 없어. 복실아, 우리 복실이가 없었더라면 오빠의 소년 시절은 더 비참했을 거야. 더 아팠을 거야. 더 나빴을 거고, 더 좋지 않았을 거야. 우리 복실이가 없었더라면 오빠의 학창 시절은 더 슬펐을 거야.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거야. 우리 복실이가 있어서 오빠는 상처 투성이었던 외로운 소년 시절을 힘을 내서 견딜 수 있었고, 우리 복실이가 있었기에 아프고 힘든 학창 시절을 꿋꿋이 버틸 수 있었어.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도록 고마워, 복실아.
우리 복실이는 오빠의 소년 시절 그 자체이고, 소년이던 오빠의 분신이야. 복실이는 소년 어진의 또 다른 자아야. 오빠는 이미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소년이던 날들을 멀리 두고 온 채 어른이 되어버렸어. 하지만 우리 복실이는 소년이던 오빠의 순수함을 변함없이 간직한 채, 소년이던 오빠의 자아를 그대로 껴안은 채 영원히 작은 어린이로 남을 거야.
그런데 만약 그토록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복실이가 오빠 곁을 떠나간다면, 오빠는 정말 슬프고 비참할 것 같아. 하루 종일 눈물만 흘릴 것 같고 일주일 내내 어떤 순간이라도 갑자기 울음이 쏟아지게 될 거야.
만약 오빠의 소년 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복실이가 떠나간다면, 오빠의 소년의 자아가 쌍둥이처럼 아로새겨진 복실이가 오빠 곁을 떠난다면, 어린 소년이 강아지 털에 온몸을 파묻으며 느꼈던 행복한 냄새와 사랑스러운 촉감도 소년의 기억과 시간들과 함께 오빠 곁을 떠나갈 것만 같아. 오빠 안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소년의 웃음과 소년의 마음이 복실이의 죽은 털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괜찮아. 오빠의 소년의 시간들이 다 날아가버린다고 해도, 우리 복실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오빠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거니까. 복실이의 모든 흔적과 냄새가 오빠의 몸과 오빠의 침대에서 사라진다 해도 복실이를 향한 사랑, 그것만 남는다면 오빠는 사랑스럽도록 기쁘고 행복할 거야.
오빠가 우리 복실이 너무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오빠가 복실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어느 밤, 잠에 들기 전 베개 옆에서 코 자고 있는 복실이에게 문득 이렇게 말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처음엔 또르르 흐르던 눈물이, 복실이에 대한 마음을 복실이의 귓속에 다 털어놓는 순간 쉴 새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진달래꽃」도, 「즐거운 편지」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만약에...'라고 가정한다. 불확실한 가정과 미래는 이내 '가장 강력한 확신'이 된다. 정말로 사랑하는 대상이 언젠간 떠나갈 거라고 가정하다 보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그 대상이 죽거나 마음이 변해서 반드시 자기를 떠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정말로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끝까지 사랑해서 결혼을 하든, 관계를 맺다가 헤어지든, 가장 사랑하는 강아지가 죽든, 결국 사랑하는 대상과 나는 죽음 혹은 변심으로 언젠가는 영원히 이별하게 되어 있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에는 서로 사랑하는데 왜 미리부터 헤어진다는 가정을, 영원히 이별한다는 '만약의 가정'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을 점점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 겨울의 끝무렵,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불확실한 만약의 가정'은 언젠간 죽거나 헤어지게 될 대상에 대한 사랑을 그토록 강력하고 불변하게 해 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끝없이 눈물이 흐르는데, 복실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물로 엉망이 된 내 입술과 콧잔등과 눈꺼풀과 온 얼굴을 전투적으로 핥는다. 내가 얼굴을 돌리거나 위로 들면 자기도 얼굴을 따라 돌거나 목을 위로 치켜들어 끝까지 핥으려 한다. 귀를 축 내리고, 눈을 휘동그랗게 뜨고, 쉴 줄을 모르고 혀를 움직인다.
이빨이 좋지 않아 뜨거운 물에 불려 준 저녁 사료를 먹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이 밤, 배가 고픈 복실이에게는 흐르는 눈물의 짭조름함이 그렇게 맛있는 밤참일 수 없을 것이다. 복실이는 지금, 짠맛으로 주인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것을 알아채는 중이다.
슬픔의 맛은 핥고 싶도록 짭조름하다. 복실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슬픔'이, 나에게도 그렇게 출출한 밤 꺼내먹는 야식처럼 짭조름하고 맛있었으면 좋겠다. 야식을 실컷 먹으면 배부르고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듯이, 짭짤하고 달콤하고 맛있는 꿈을 꿀 수 있듯이, 언젠간 헤어져야 한다는 슬픈 마음에 펑펑 울음을 쏟아낸 날 밤에 눈물로 흠뻑 적셔진 침대 속에서 슬픔을 한 그릇 마시고 꾸는 꿈은 그렇게 행복하고 단짠단짠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