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베드와 더블베드로 되어 있다 해서 예약했는데 3인이니 추가요금을 더 내라고 까지 했다.그나마 공항과 가까운 곳이라 묵긴 했지만 권하고 싶지는 않다. 넷플릭스가 깔아져 있어 보지 못하던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6화까지 정주행 할 수 있었던 게 그나마 기억에 남을 듯하다. 그걸 보느라 새벽 2시 반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부족한 잠은 어차피 비행기 타서 자면 될테니...
3시간 반정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준비해서 카운터에 있는 콜택시 연락처를 보고 불러 타서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 티켓팅을 하고 여행용 가방을 부치고 위탁수하물 검사가 끝나자 바로 출국심사대에 섰다. 둘째가 만 19세 미만이라 미성년자동반 가족으로 심사를 받고 검색대를 통과했다. 항공기탑승 시간이 여유로워 푸드코트에 들려 아침을 먹었다. 당분간 한식을 먹을 기회가 없을 테니 세 명 다 한식으로 선택. 난 비빔밥, 남편은 육개장, 고등학생은 차돌박이 된장찌개. 고등학생만 빼고 깨끗하게 먹었다.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려 커피도 사들고 탑승구 앞 넓은 대기공간에 앉아 폰을 충전하면서 졸다 보니 탑승시간이 다가왔다. 체험학습으로 온 거라 티켓을 찍어두고 나중에 체험보고서에 첨부해야 한다던 고등학생이 좌석이 몇번째줄이냐고 물어왔더. 맨 앞자리 열 가운데라는 걸 듣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급하게 예약하다 보니 둘째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예약하게 됐는데 남편은 2열을 원했지만 내가 강력하게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니 다리를 펼 수 있는 1열로 하자고 했었다.
아뿔싸 그게 화근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수납주머니가 앞 벽 하단부에 있어서 몸을 수그리고 꺼내야 했는데, 좌석벨트를 한 상태로는 손을 뻗기도 힘들었다. 다리만 짧은 게 아니라 팔도 짧은 단신의 비애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모니터도 따로 꺼냈다가 집어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14시간의 장시간 비행이라 잠을 청해야 하는데, 앞쪽 화장실로 가는 통로여서 사람들이 쉬지 않고 들락거려 잠이 들만 하면 인기척과 빛 때문에 잠을 청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제주에서는 수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질 줄 알았으니 세세하게 이런 걸 염두에 두지 않고 좌석을 픽한 것이다. 몸은 피곤했으나(출발 당일 새벽 2시 반까지 못 보던 드라마 정주행을 하다가 새벽 2시 반 넘어 잠이 들었고 3시간 30분 정도 자고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공항으로 갔었다) 쉬이 잘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모니터를 꺼내 영화 <리바운드>도 보고, 맥주도 한 캔을 마셔봤으나 마찬가지였다. 반면 눈치 없이 앞자리로 예약했다고 눈흘김을 보내던 고등학생은 기내식도 먹는 둥 마는 둥 남기더니 이내 잠에 곯아떨어졌다. 수행평가 지옥에 빠졌다가 쉴 새 없이 이어서 기말고사 4일을 치르며 밤잠을 설치던 생활이 이어지다가 온 거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내년 수능 때까지는 수면 부족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처지가 안쓰러웠다. 그나저나 주변에서 간간이 코 고는 소리와 아기 우는 소리도 들려서 소리에 예민한 나로서는 퀭한 눈으로 첫째와 상봉해야겠다.
"그래 못 자면 좀 어떤가? 몇 시간 후에는 보고 싶은 첫째와 상봉해서 완전체가 되는데!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