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진아씨 어진아C Jan 06. 2021

사춘기의 말-사흘은 4일 아니었나요?


“언니, 언니네 기말시험이 사흘이야?”


고딩 큰아이에게 중딩 작은 아이가 기말시험이 사흘인지 물어보니 큰아이는 그냥 무심코 응!이라고 대답한다. 4일이면 나흘이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사흘을 4일로 혼동하는 사춘기들이다. 

날짜를 세는 단위가 생각보다 어렵나 보다.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고 그것이 잘못됀 줄 모르고 있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자주 사용하지 않으니 헷갈릴 만도 하지만 보다 못한 아빠가 나선다.    

 

“나흘이잖아, 설마 나흘을 모르는 거? 날짜를 세는 말을 말해봐.”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다음은?”

“히히, 생각 안 나!”

“아니, 기본 상식인데 어쩜 좋냐?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이잖아.”

“아빠, 요새는 그냥 1일, 2일, 이라고 말하지, 그렇게 말하지 않아.”

“맞아, 몰라도 돼요.”    

몰라도 당당한 십대의 아이들과 할 말을 잃은 쉰살의 아빠.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지난 7월 21일 난데없이 사흘이라는 단어가 검색사이트 초록창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었던 사건이 오버랩 됐다. 정부에서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는 발표 후에 일제히 ‘사흘간의 황금연휴’라고 기사가 뜨니 사람들이 3일인데 왜 사흘이라고 쓰는지 헷갈려서 검색한 것이었다. 실제로 사흘을 4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날짜를 세는 우리의 고유한 표현들을 지금을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졌다. 문학작품에도 나오고 때론 신문기사나 일상에서도 오갈 수 있는 표현인데도 말이다. 특히나 문법에 강할 나이인 십대가 모른다니. 그리고 몰라도 된다니, 앞으로는 더 많이 안쓰게 될 말이라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이던가.     

개수를 나타나는 순우리말 중에도 헷갈리는 것이 있다. 하나, 둘, 셋, 넷은 뒤에 개(個)가 오면 각각 한, 두, 세, 네 꼴로 바뀐다. 셋과 넷은 서와 석, 너와 넉으로도 바뀌어 쓰인다. '금 서 돈' '종이 석 장' '찹쌀 너 말' '합판 넉 장'처럼. 또 20은 스물, 30은 서른, 40은 마흔, 50은 쉰, 60은 예순, 70은 일흔, 80은 여든, 90은 아흔이다. 스물을 '수물', 서른을 '설흔', 쉰을 '쉬흔', 일흔을 '이른'으로 잘못 말하는 경우도 많다.     


날짜를 세는 순우리말의 표현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보름....스무날.....그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참 예쁜 표현들이다. 혼자서라도 헤아려 본다. 


#사춘기의말 #사흘이4일? #날짜세는고유표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