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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Mar 09. 2022

바늘겨레 만들기

요목 조목 뜯어볼수록 새로운 내가 꿰어놓은 것들





바늘겨레: 바늘 쌈지. 옛날에는 바늘이 귀해서 자기 바늘을 바늘겨레에 담아 노리개처럼 차고 다녔다 한다.






 두터운 명주를 광목과 이어 붙여 판판하게 힘주어 자수틀에 맨다. 그려놓은 도안에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는다. 조그마한 한 획 안에도 결이 있고 흐름이 있어 쉽지 않다.



 수를 다 놓으면 자수 뒷면에만 살살 풀을 먹이고 스팀을 쐬어 판판히 하여 잘 말린다. 한지와 광목으로 풀을 먹인 튼튼한 배접지 위에 수가 놓인 붉은 명주를 빈틈없이 잘 붙여준다. 그리고 안쪽으로 0.5cm의  시접을 잘 감추어 풀로 붙인다. 이렇게 말리는 틈틈이 위, 아래로 이어질 알록달록한 장식과 고리를 감쳐낸다.


 자수 놓은 것과 배접지가 잘 붙으면 다른 명주로 시접 부분을 덮어 풀로 붙여서 정리한다.

 거의 다 한 것 같지만 이제야 절반이다.



 얇다란 명주실에 초를 먹이고 빳빳하게 다리면 바느질이 잘된다. 이렇게 초를 먹인 얇다란 명주실로 앞, 뒤판을 빈틈없고 가지런히 사뜨기 하여 이어준다. 다시 풀어내기 어려운 바느질이라 신중하게 다음 땀을 세어가며 꿰었다.


땋은 머리처럼 보이는 사뜨기.



 완성된 바늘겨레 겉은 안에 무언가로 채워두어 둥근 모양으로 고정한다.  배접지의 풀이 덜 말랐을 때 이렇게 모양을 잡아두어야 완성됐을 때 매끄럽게 곡이 져서 예쁘다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다.



 이제 안에 바늘을 보관할 수 있는 몸통을 만들 차례. 마찬가지로 배접지에 풀칠하여 원단을 튼튼하고 빈틈없이 붙인다. 아까 틈틈이 꿰매 둔 고리들을 여기에 달아야 한다. 한쪽 면에 위, 아래로 박음질을 해서 꿰매어 주고, 마찬가지로 사뜨기 하여 앞, 뒤를 붙여준다. 2cm가량 남았을 때 솜을 채워 넣어 입체감을 준다. 솜을 잘 갈무리하고 마저 사뜨기 한다. 촘촘히 다 꿰어진 본체에 겉을 씌워주면 완성이다.








 이 바늘쌈지는 아주 작은 공예품이지만 품이 많이 든다. 손이 한 번씩 더 갈수록 구석구석 꽉 찬 완성도에 눈이 간다. 저 조그마한 소품도 만드는 과정을 글로 풀어쓰면 이렇게나 길어진다. 규방공예품들의 대다수가 그렇다. 아주 작은 소품이라도  아기자기하게 장식으로 꽉 채워져 있다. 색채는 각 면면마다 과감하고  화려하다.


 규방공예의 매력과 진가는 이런 것다. 수고스러움을 기껍게 하며 정성을 들인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어떤 때에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조그마한 게 기특하기까지 하다. 화려한 색채 단연 규방공예의 매력이다. 의류와 달리 어떤 색을 써도 다 나름의 배색이 되고 어우러진다. 과하다고 생각할 법한 조합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대다수의 소품은 실 색까지 활용할 수 있으니, 가만히 꿰매고만 있어도 색감이 넘실넘실 다채로워 눈이 즐겁다.


앙증맞은 경상도 골무


실을 감아놓는 용도의 심플한 실 패









도안을 그리고 자수틀에 단단히 매는중. 도안은 내 이름을 한자로 썼다.


올을 바르게 흐트러짐 없이 수를 놔야 전체적으로 매끄럽다.


내 밥줄인 바늘을 담는 바늘겨레. 그 의미가 크다.                                    내 이름을 새겨넣은 첫 바늘겨레라 특히 애정이 간다.


바늘겨레의 뒷면. 뒷면은 [도전! 골든벨]이라 이름붙였다.


빼꼼






공방에서는 창가로 지나다니며 볼 수 있는 윈도우 전을 정기적으로 다. 회원으로 빠짐없이 참여하고있는데, 작은 소품부터 이불까지 여러가지 소재를 다룰 수 있어 재밌다.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바늘땀을 어떻게 꿰었는지를 보았고, 이 배색을 할 때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보았지 않았나. 과정들을 보고 나면 그의 작품이 귀해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윈도우 전시 작품 설명. [Image by mititeiz_office]


Mititeiz 정기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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