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도 유행이 있어 짧게는 한 시즌, 길게는 10년 가까이 돌고 돈다. 색감과 소재, 디자인 등.. 하다못해 깃 높이, 고름 넓이 등, 0.5~1cm 차이로도 유행이 달라진다.
어느 샵에서 예쁜 디자인이 제작되고 SNS에 올라오면, 삽시간에 그 사진은 곧 전국을 순회한다. 곧이어 우후죽순 비슷한 디자인들이 제작된다. 막을 수 없는 흐름 같은 것이다, 유행이란.
인터넷과 SNS가 활성화되고,그 때문인지 한복업계의 허들이 조금은 낮아진 기분이다. 폐쇄성이 조금씩 흐려지자 다양한 사람들이 한복을 시도하는 게 보이고, 여러 디자인들이 시도되었다.
풍문으로 듣기로는 이전의 한복은 가업을 물려받거나 매장 일을 오래 돕다 물려받거나 인수받는 식의 형태가 더 많았다고 들었다. 의상을 전공하던 내가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만 해도 한복을 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자, 아서라며 한복은 한복집에 들어가서 못해도 7년 정도는 배고플 각오 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셨다.
다들 배고픈 시절을 거치고 경력을 쌓아야 주체적으로 계약을 해서 돈을 벌고, 나아가 창업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새 인스타만 들여다봐도 이미 다 옛말이 되었다. 젊은 사장님부터 대를 이은 한복집까지, 모두 SNS로 자신들의 디자인과, 상세한 운영방식까지 모두 오픈하고 있다. 정보가 부족해서 하나씩 캐내어 수집하던 시절을 지나 가뭄 끝에 단비 오듯 오픈된 정보들이 점차 많아지자,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젊은 사람들도 많아졌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고, 관심도 높아지니 디자인과 쓰이는 색감과 소재들도 전과는 달라진다.
한복 시장이 좁아진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글로 풀어가며 생각해보니 시장의 형태가 바뀌는 과정 같다. 천천히 변하고 있던 웨딩의 형태가 코로나 이후 변화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예식에서 전통 예단과 한복의 입지가 점차 좁아졌다. 폐백과 함은 선택사항이 되었고. 예단 중 실용적이지 않은 것은 대체되거나 생략된다.
근 몇 년간 맞춤 한복은 줄고, 대여 한복이 폭증했다. 많은 한복집들이 일하는 시스템을 급격히 바꿔야 했다. 오늘 잘되고 있는 샵이 내일도 잘될지는 누구도 장담 못했다. 예단으로서 으레 맞추는 소장용 한복보다는 촬영으로 남길 수 있는 특별한 한복을 선호했고, 몇 번을 입는다면 단정한 쪽이 주로 선택된다.
반면에 생활한복 시장의 성장은 다양한 이유 덕분에 수직 상승하는 추세다. 그 이유 중에는 K-pop 아이돌과 무대의상, 전통에 대한 관심들, 펀딩 같은 시스템으로 소비자가 더욱 친밀하고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등.. 이밖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지금 현재 몇 갈래로 나뉜 한복이 곧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전통 한복을 사랑하고 지켜가고 싶은 사람이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발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방식으로든 시도되고 퍼져가는 이 한복에 대한 관심이 즐거울 따름이다. 한동안은 이 파도에 편승해 흥미롭게 관찰하며 흐름을 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