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진 Mar 09. 2022

일은 나의...

퇴사 소감문








어느새 십대 중반을 목전에 두고 이제는 조금 무덤덤하게 30대를 받아들인다. 만으로 치건, 생일이 안 지났다고 우겨보건 간에 어쩔 도리없이 완전한 30대인 나이이니까.

어쩌다 서른 네살이 되었지? 하고 억울해해 봤자 어떻게 살았든 간에 33년을 꽉 채워 산 건 사실이다.



가끔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이직, 연봉, 재테크 같은 현실적인 대화가 화두에 오를 때면 난 주눅 든 어린아이처럼 입을 꾹 붙이고 할 말이 없어진다.


 현실적으로 여태껏 무얼 이루었는지, 뭘 해왔는지를 묻는다면 8년간의 직장생활과 있는 듯 없는듯한 통장잔고, 나머지는 그냥 한복과 전통 같은 것에 대한 애정같이 추상적인 것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룬 것도, 모은 것도 없는 내게 공방 수업료와 재료비, 책값.. 학자금 대출 그의 곱절로 내가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들은 지금의 하찮고 허접한 나를 버티게 해주는 아주 작은 자존감과 긍지 비슷한 것들이 되었다.



 8년 다닌 직장은 친구들을 만나면 푸념만 늘어놓게 되지만, 한복집에 다니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것들과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들의 교집합이 되었고, 무엇보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왔다는 것은 왼손보다 두툼해진 오른손이 증명해주었다.



 일은 나의 건강을 좀먹기도 하고, 내 마음을 깨부수기도 하며 나를 뾰족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나의 자부심과 자존감의 근거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좀처럼 확신하는 문장을 잘 쓰지 않는 나로서는 드물게 8년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고 확신한다. 출근과 동시에 '퇴근하고 싶어'라는 말을 하면서도 일을 나름 좋아했다.
현실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잘 견뎌내며 매일같이 톱니바퀴의 부품처럼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가도, 틈틈이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시도해보면서, 없는 일은 만들어서 조그마한 길을 만들어가던 8년이었다.








 어딘가의 인터뷰에서 아이유가 한 말이 생각난다. 30대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과거의 지은이에게 빚지지 않게'되길 바란다는 말. 20대인 자신도 현재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미래의 내가 빚질만한 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거리낌 없이 빚져도 될 만큼 번듯한 무언가가 되어있기를.
또 한 번 파이팅을 다짐하며 퇴사의 여운을 글로 옮겨본다.










필름으로 찍은 나의 출,퇴근길 컬렉션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한복쟁이 번아웃의 해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