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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Sep 30. 2021

직업이 뭐예요?

내가 하고 있는 일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부끄러워하며 대답한다. "강사입니다." 강사가 아니었다면 난 무엇이 되었을까? 중소기업을 다니지 않을까. 뚜렷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에 강사가 되었고 뒤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도 국어에 대해서 조금밖에 알지 못하지만 이 정도의 지식을 갖게 된 건 순전히 노력 덕이다. 그러니 강사라고 직업을 말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강사가 아니었으면 평범하게 대답해야 했으니까.



강사 중에서도 난 국어 강사다. 국어 과목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이럴 정도로 좋아해?' 할 정도로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글자로 되어 있는 국어가 재밌다. 게다가 강의할 때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모의고사 푸는 것도 대체로는 좋아한다. 매번 다른 지문에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사실은 그것에 흥미를 느껴 국어 강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매번 다르니 매번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되고 매번 다른 생각을 하게 되니까.



국어 강사라서 힘든 건 아이들이 지루하게 느낀다는 것과 점수가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집중력이다. 앞의 두 가지는 '학생'이 주어라고 한다면 뒤에 있는 것은 '나'다. 나의 집중력이 문제다. 글을 읽을 때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 졸아서도 안 된다. 온전히 글에 집중해야 그나마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집에 무슨 일이 있거나 귀에 소음이 들리거나 하면 집중력이 깨져 버린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시간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다. 좋아하지 않는 '독서' 분야에선 특히 그렇다. 글에 집중이 될 때가 귀하다.



국어 강사라서 많이 듣는 말은, "국어 선생님다워요."라는 학생의 말과 "국어 강사가 이런 것도 못 읽어." 하며 타박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국어 선생님답다는 건 무엇을 말할까.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고리타분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세련된 영어 강사가 아니라 국어 강사이지 않을까. 목소리도 한몫한다. 낮게 깔린 저음이 강의실을 메울 때 학생들은 졸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역시 국어 선생님!" 반면 국어 강사가 되어서 글도 못 읽는다는 타박은 카카오톡 때문에 생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글을 못 읽는다. 카카오톡에 쓰여 있는 말을 이상하게 알아듣고 이해하고 답까지 하기 때문이다. 답이라도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가는 건데... 예전엔 내가 어떻게 일일이 한글을 다 읽냐고 나를 타박하는 사람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로 대충 읽기도 하고 진짜로 못 읽기도 하고 진짜로 못 알아듣기도 하니까. 문제 풀 때만 가동되는 국어 강사 '뇌'인가 보다.



아직까지는 국어 강사를 그만두고 싶은 때는 없었다. 국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글을 읽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남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하지만 내 소망은 늙어 죽을 때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일을 한다는 건 여유롭게 일 하는 걸 말한다. 지금처럼 조금은 여유를 갖고 말이다. 죽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가. 계속 글을 읽고 싶고 쓰고 싶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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