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어깨에 멘 가방이 흘러 내린다. 나는 왼쪽에 자주 메기 때문이다. 스무 살 때 갑자기 한쪽으로 메는 가방을 멨다. 고등학생까지는 백팩을 사용했는데.
어디로 메야하는지 몰라 사람들이 어디로 메고 다니는지 열심히 살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왼쪽이 눈에 띄었다. 시계도 그래서 찬 거다. 사람들이 왼쪽에 차길래 찬... 그래서 가방도 왼쪽으로만 메는 것인 줄 알았다. 왼쪽 어깨에 흘러 내리는 걸 붙잡고 붙잡으며 가방을 적응시켰다.
그랬던 게 오늘엔 문제가 되었다. 당최 왼쪽이 아니면 고정이 안 된다. 오른쪽으로 에코백을 메는데 줄줄이 흘러 내려간다. 처음엔 너무 무겁나 했다. (나는 에코백을 좋아하지만 단 한 번도 살랑살랑 흔들리는 에코백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항상 묵직하다.) 가볍게,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그래도 흘렀다.
오늘은 학원에 보충을 가고 저녁엔 과외를 가야 했다. 과외에서는 내신 준비에 돌입했기 때문에 인쇄한 종이가 무거웠다. 그걸 에코백에 넣으니 벽돌과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왼쪽 어깨에 에코백을 메니 어깨가 무너지는 듯하고 오른쪽 어깨는 알다시피 흘러 내리니 방법은 크로스로 메는 것뿐. 가방을 사고선 매일 왼쪽 아니면 오른쪽으로 멨지 크로스는 처음이라 옷에 어울리나 싶기도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크로스밖에 날 살릴 방법은 없었다.
막상 크로스로 메니 세상 편했다. 무거운 건 더 무거워졌지만 크로스로 메니 가방의 위치가 전보다 아래로 내려가서 내용물이 훤히 보여 편해졌다. 게다가 가방이 어깨에서 흘러 내릴 걱정 없이 멜 수 있어서 지하철에서 사람과 부딪쳐도 겁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안 좋은 점은 걸음걸이가 원래도 좋지 않지만 더 좋지 않은 걸음이 됐다는 것. 가방이 무거워지니 가방이 놓인 배 부분이 임신한 사람처럼 무겁고 발걸음은 발뒤축이 중심이 되니 참으로 껄렁껄렁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가방을 오른쪽으로 메고 싶다. 흘러 내려도 계속 시도한다. 언젠가는 왼쪽과 오른쪽의 균형을 맞출 것이다. 그리고 크로스백은 안... 하고... 싶다. 그냥 가방을 가볍게 다니고 싶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