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일
생각하지 말고 좋아해 보는 건 어때?
일과는 이렇다. 책 읽기-산책하기-일하기-휴식-출근하기-출근하면서 책 읽기-일하기-퇴근하기-퇴근하면서 책 읽고-잠 자기 전에 책 읽기. 주말은 어떠한가. 책 읽기-밥 먹기-책 읽기-밥 먹기-책 읽기... 이처럼 나는 책을 밥 먹듯이 읽는다.
책은 습관이다. 텔레비전을 볼까 해서 소파에 앉았다가도 책을 읽자는 생각이 들고, 넷플릭스를 볼까(아직도 오징어 게임을 1화만 봤다, 그렇게 인기가 많다는데.) 하면서도 책을 든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핸드폰 어플을 사용해서 도서관에 책을 신청한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서점 어플을 바라보다가 주문 버튼을 뜻 없이 누르기도 한다. 내가 죽게 되면 남는 물건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역시 책장에 있는 책을 바라보게 되는 삶. 책이 없으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한편으론 자주 읽는 나를 보며 한숨이 쉬어지기도 한다. 책을 읽어서 어디다 쓰려나. 경제를 알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자신의 앞가림 정도는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니 말이다. 당최 쓸 곳이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결핍을 채우는 것에 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성을 만나 이야기를 할 때 책이 없다면 할 이야기가 없다. 연애를 바라는 것이 무리일 지경이다. 동성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내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이, 사람 말을 잘 들어주는 성격이 아니라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의심이 들 때도 있으니까.
책 읽는 것 말고는 하고 싶은 일도 없을뿐더러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그래서 매사에 엉성한 나인데, 그런 나를 좋아할 방법이 있을까. 내가 나를?
최근엔 '체념'했다.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책을 좋아하면 그것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말고 그냥 좋아하기로 했다. 읽고 싶으면 읽고, 사고 싶으면 사자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지킬 박사와 하이드,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빈틈의 온기, 랩 걸, 완전한 행복, 소피의 세계 그리고 오늘 빌린 공정하다는 착각과 예약 해 둔 재인, 재욱, 재훈. 어마어마하다. 언제 다 읽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이것부터 끝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