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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Dec 13. 2021

어디다 써먹어?

무기력에 젖은 어느 날

오른쪽에 약간의 불편을 느끼고, 살이 쪄서 호흡이 가빠오며, 12시간씩 근무하는 나를 바라본다. 수업량이 많다는 나에게 어떤 선생님은 말했다. 저도 많아요. 그것은 뻥이다. 시간표를 좌우로 봐도 내가 많지 그 선생님이 많은 건 아니었다. 설혹 많다고 해도 두 개의 학원을 다니며 중, 고등을 하고 있는 내가 한 학원에 다니며 중등을 가르치는 그 선생님보다 적으랴. 비교 대상이 안 된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이제는 귀찮다. 나에게 아침 모임은 무엇을 해주는가? 자꾸 의미를 따지게 된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다. 온라인 모임은 이렇게 허허벌판인 것을 1년 내내 모르고 나만 활기를 띠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이 나에게 무의미를 불러온다. 내가 힘들어도, 내가 지쳐도, 내가 화가 나고 슬퍼도, 전부 내 것이다. 그 누구와 공유할 수 없다.

그런데 한 명이 쳐다본다. 내 팔이 더디 움직이는 것을 유심히 보며 팔이 아프냐고 묻는다. 내 걸음이 느려진 것을 보며 나 잠잘 때 아빠에게 내 걱정을 늘어놓는다, 작게. 그래서 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줬으니까.

일거리가 늘어간다. 시험이 다음날인 아이도 있고 시험이 너무 멀어서 정상 수업을 해야 하는 아이도 있다. 자가격리가 되어 어머니께 그간 풀 수 있는 문제를 줘야 하는 아이도 있고 자습을 일찍 하러 온 중학생도 있다. 그 와중에 난 책을 주문시키고 책이 재밌고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걸 어디다 써먹을까?


혹자는 그저 재미있어서 읽는다고 했다. 긴긴 시간을 책으로 채우기도 하고 그저 흥미롭다고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말할 때 어휘력에 도움되니까 써먹기도 하고, 모르는 것을 책으로 찾아 읽을 때 좋던데,라고. 수업할 때 알게 모르게 나의 어휘력을 책이 높여주는 것인가? 수다 떨 때?


알 수 없다. 누구는 나를 능력 있게 보는 것처럼(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도 정상으로 보는 사람이 있겠지. 팔이 다리가 불편한 것도 잠시 무기력에 젖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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