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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Dec 28. 2021

방귀 뀌고 싶다

몰래 공공장소에서 시원해지는 법

방귀를 참는다. 한의사가 스트레스가 많아 배가 불뚝불뚝 뛴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수술 이후에 몸이 춥다 생각하면 부르르 몸을 떠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걸까.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방귀를 뀌고 싶다.

그동안 방귀는 생각거리가 안 되었다. 수업할 때 아이들 앞에서건 길에서건 집 아닌 곳에서는 방귀를 뀌지 않았으니까. 뀌고 싶단 생각도 안 들었고.


그런데 지금은

뀌고 싶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참을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면서 여기저기에서 뿡, 뿡 뀌고 싶다. 내 몸에 해로운 방귀를 내보내고 싶다. 그래서 방귀를, 몰래, 뀌고 싶었다.


이런 생각의 저변에는 다른 사람의 눈치는 볼 필요가 없단 의식이 있다. 수술해 보니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가족 외엔 없더라. 간호사의 눈치도, 병동 내 사람들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그래서 검사를 실시하는 의사에게, 민망한 동작을 요구하는 간호사에게 심드렁하게 표정 짓고 요구 사항을 이행했는지도 모른다. 흔히 '다른 사람은 너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한다. 몸소 느낀 격이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몰래 방귀를 뀌려 했더니 사람 얼굴이 코앞이라 차마 그건 못 하겠더라. 버스를 기다리며 뀌려 했더니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실은 버스를 기다리느라 버스에 다가오는 것이겠지만) 실패했다. 수업 중간에는 교무실로 간 적도 있다. 선생님이 다가올까 염려스러워 뀌지 못했고 복사실에서는 웬걸, 원장님 오시더라. 몰래 뀌는 방법이 없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긴 싫은데... 몰래 뀔 방법이 없다. 공공장소에서 몰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한 것일 수 있지만... 몰래 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적게 보며 나의 시원함을 누리고 싶다.


갑자기 하려니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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