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이다. 난 그걸 몰랐는데, 버스에 사람이 많고, 지하철도 연착되고, 택시 기사 아저씨는 오늘 연말이라 차도 밀린다고 하여, 그때 알았다.
일 년이 지난다. 이런 일 년을 보낼 줄 알았나. 난 전혀 몰랐다. 지나온 사진들을 보니 일 년 대부분 긍정성이 넘쳤다. 그림을 적게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그렸고 엄마와 나간 곳도 없이 나 혼자 쓸쓸하게 책 읽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책은 흥분해가며 "좋다!"를 연발했었고 감탄했다. 책을 많이 읽는다 싶었는데 일 년에 대략 120권 이상 읽은 것을 보고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왜 책을 읽나, 스스로 한심해하고 슬퍼했는데 그 모든 것들은 그저 최근의 일일 뿐이었다.
내가 갑자기 수술하고 엄마가 병원을 가고 아빠까지 수술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우리 가족은 백신 맞는 것을 철저히 한 해였다. 언니네를 자주 가지 못해 조카들을 그리워했고 언니의 수다가 매일 보고팠다. 동생이 계속 놀고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동생의 사회 활동을 환영한 해이기도 하다.
사랑을 포기한 해이기도 하며 가족과 일과 동료로 많이 웃은 한 해다.
난 해가 시작할 무렵, 내가 이런 한 해를 보낼지 몰랐다.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은, 기쁘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한, 올 한 해가 빨리 가길 처음으로 소망하기도 한 2021년.
내 마음처럼 한 해도 들쑥날쑥하다. 그걸 알기에 2022년을 맞이할 힘이 생긴다.
다시 한번 날아보자던 이상의 소설 한 대목이 떠오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