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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an 11. 2022

미안하다고 해줘서 고마워

내 탓인가... 내가 스트레스 줬나... 의심 말아요

엄마는 아침마다 나의 오른쪽에 대해 묻는다. 아빠도 묻는다. 엄마는 아빠보다 더하다. 출근해서는 전화해서도 묻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경 쓰는 부모님을 보면 내 상태에 대해 화가 나면서도 무작정... 감사하다. 이런 부모님을 어찌 가질 수가 있을까.

그런데 오늘은 언니다.


10시 30분에 전화가 왔다. 나는 버스였다. 눈이 내린다는 재난문자대로 눈이 굵은소금처럼 흩뿌렸다. 언니는 형부가 늦게 와서 전화한다고 했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나의 오른쪽에 대해서 했다. 언니는 나의 오른쪽에 대해, 네가 나보다 더 예민한 건 알지만 엄마, 아빠 일로 스트레스 받지 마,라고 했다. 엄마, 아빠는 계속 약 먹고 관리받을 나이라면서. 그 말도 속이 상했다. 그러나 언니 말이 맞기에 끄덕였다. 또 내 상태에 대해서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며, 병이 있으면 약 먹고 아니면 한의원에 다니면 된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새로 간 한의원 이야기, 현대시장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는 집까지 왔다.


집에 와서는 방문 닫고 옷 갈아입으면서 “내가 첫째인 것 같았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농담조였지만 진심이었다. 그간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걸 인지해 왔으니까. 학원에서 강의할 때 하하호호 웃지만 퇴근할 땐 다시 우울 모드가 되었다. 그리고는 "다녀왔습니다." 부모님께 인사할 때 웃었고 방문 닫고는 다시 무표정. 언니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나만 끙끙 앓았고 예민했다.


농담조로 한 얘기에 언니가 대답이 없길래 다시 말했다.

“내가 첫째인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계속 조용한 수화기. 나도 모르게... 언니가 우는 건 아닌가 싶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니?”

“... 흐흐...

"... 왜 울어..."

“... 너무 미안해서... 매일 내 이야기만 했나 싶어서... 흐흐...”


난 그 말을 듣고, 여러 사람이 다 미안하대, 하고 대꾸하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건 내가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은 게 맞으니 눈물이 났다. 그런데 언니는 다르다. 나는 언니가 자기 말만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미안하다니... 언니의 마음이 너무 착해서... 눈물이 났다.


가족들이 다 미안해한다. 내가 준 스트레스 탓이 아닐까 의심하는 거다. 그런 가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얼른 나아야겠다.


미안하다고 해줘서 고마워,

그러나 계속 미안해하지 마.

그들의 잘못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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