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해줘서 고마워
내 탓인가... 내가 스트레스 줬나... 의심 말아요
엄마는 아침마다 나의 오른쪽에 대해 묻는다. 아빠도 묻는다. 엄마는 아빠보다 더하다. 출근해서는 전화해서도 묻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경 쓰는 부모님을 보면 내 상태에 대해 화가 나면서도 무작정... 감사하다. 이런 부모님을 어찌 가질 수가 있을까.
그런데 오늘은 언니다.
밤 10시 30분에 전화가 왔다. 나는 버스였다. 눈이 내린다는 재난문자대로 눈이 굵은소금처럼 흩뿌렸다. 언니는 형부가 늦게 와서 전화한다고 했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나의 오른쪽에 대해서 했다. 언니는 나의 오른쪽에 대해, 네가 나보다 더 예민한 건 알지만 엄마, 아빠 일로 스트레스 받지 마,라고 했다. 엄마, 아빠는 계속 약 먹고 관리받을 나이라면서. 그 말도 속이 상했다. 그러나 언니 말이 맞기에 끄덕였다. 또 내 상태에 대해서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며, 병이 있으면 약 먹고 아니면 한의원에 다니면 된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새로 간 한의원 이야기, 현대시장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는 집까지 왔다.
집에 와서는 방문 닫고 옷 갈아입으면서 “내가 첫째인 것 같았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농담조였지만 진심이었다. 그간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걸 인지해 왔으니까. 학원에서 강의할 때 하하호호 웃지만 퇴근할 땐 다시 우울 모드가 되었다. 그리고는 "다녀왔습니다." 부모님께 인사할 때 웃었고 방문 닫고는 다시 무표정. 언니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나만 끙끙 앓았고 예민했다.
농담조로 한 얘기에 언니가 대답이 없길래 다시 말했다.
“내가 첫째인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계속 조용한 수화기. 나도 모르게... 언니가 우는 건 아닌가 싶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니?”
“... 흐흐...”
"... 왜 울어..."
“... 너무 미안해서... 매일 내 이야기만 했나 싶어서... 흐흐...”
난 그 말을 듣고, 여러 사람이 다 미안하대, 하고 대꾸하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건 내가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은 게 맞으니 눈물이 났다. 그런데 언니는 다르다. 나는 언니가 자기 말만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미안하다니... 언니의 마음이 너무 착해서... 눈물이 났다.
가족들이 다 미안해한다. 내가 준 스트레스 탓이 아닐까 의심하는 거다. 그런 가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얼른 나아야겠다.
미안하다고 해줘서 고마워,
그러나 계속 미안해하지 마.
그들의 잘못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