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어머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by eolpit

능력은 어떻게 측정되는 것일까. 일반 회사에서는 자신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진급하는 것으로 아는 걸까. 아르바이트를 회사에서 잠시 했을 뿐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계에 발을 들인 나는 내 능력을 어떻게 감정하는지 그것부터가 깜깜했다.


처음엔 대형학원에서 일을 하면 그 사람은 능력이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대형학원은 아무래도 사람을 뽑을 때 능력의 출중함을 보지 않겠나 싶어서. 그런 생각이 깃들다 보니 자신감이 없어 대형학원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 대학 출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학원계에서 내가 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또 그럴 만한 능력도 없고, 자신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학원 선생님들과 스터디 모임을 하던 중 A가 대형학원에서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대형학원에 관심이 있던 나는 그날부터 A의 실력을 눈여겨보았다. 나와는 다르겠지, 나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겠지, 난 저 사람한테 배울 게 많을 거야, 라면서.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A는 그렇지 못했다. 나와 동갑이던 A는 나보다 국어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고 누군가를 가르친 경험 또한 부족했다. 게다가 국어와 관련된 학과도 아니었다. 그런데 대형학원에서 근무하다니... 그 뒤로 난 A의 또 다른 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내가 느낀 것은, A는 쇼맨십에 능하다는 것이다. 지식은 부족하고, 자료도 부족한 A는 뽐내기를 잘한다. 자신이 한 작은 일들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길 좋아했고, 학생들에게 "나를 따르라."라고 큰소리치길 좋아했다. 내가 자신 없어서 하지 않는 것들을 그는 꽤나 잘했다. 그 뒤로도 대형학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지만 실망하기도 했다. 그곳은 능력이 있는 자들만(검증받은 자들만) 일하는 곳이 아니었다.


대형학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능력 있다'라고 무턱대로 평가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내가 생각한 것은 단과 수업을 하면서 수강생을 많이 데리고 있는 사람이 능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단과 수업은 학생 수대로 강사와 학원이 수익 배분을 하는 것인데, 수업 진행은 대부분 강사의 스타일대로, 강사의 능력대로 하게 된다. 학원 간판의 힘을 볼 수는 있지만 수강생을 꾸준하게 유지하려면 강사의 능력이 필요하다. 나 역시도 단과 수업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매번 어려웠다. 이유 없이 수강생이 늘었고 이유 없이 수강생이 빠졌다.(아니지, 빠지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가.) 내가 잘 가르친다고 수강생이 몰리는 건 아니었다. 학원 간판의 힘이 필요했고, 나 말고도 다른 과목의 힘이 필요했다. 게다가 학원의 위치도, 학원의 홍보도, 학원 시간표도, 모두 조금씩의 힘이 필요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수강생을 끌어 모으는 선생님도 보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선생님도 보았다. 대형학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능력 있다고 평하는 것이 전적으로 틀린 말 같다고 느껴졌다면, 단과 수강생의 수로 평하는 것은 50%의 확률 같았다.


그렇다면 능력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내가 얻은 결론은, 보는 사람에 따른 것이라는 거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르친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 ㅎ이 작년에 고3이었고, 나와 국어 수업은 물론 마지막 고3에는 논술 수업까지 했었다. ㅎ을 가르치다 중간에 한 번 그만둔 적이 있었다. ㅎ이 중학생이 될 무렵이었는데, 그때는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직업을 갖자, 그러나 강사 일은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래서 ㅎ과 수업을 그만 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주 후 어머니께서 전화가 오셨다.


"선생님처럼 수업하는 사람을 찾는데, 그게 어렵네요. 다른 선생님들 몇 분 왔다 가셨는데 가르치는 스타일이 선생님이랑 너무 달라요. 선생님, 다음에 시간이 되시면 꼭 다시 ㅎ 수업해 주세요."


그 말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그리고 우연히 나는 한 달만에 다시 ㅎ을 수업하게 되었다. 그 인연이 고3까지 이어진 것이다. 중간에 어머니께선 여러 번 나를 감동시켰다. 선생님을 믿는다, 선생님의 능력이 많으신데 이렇게 대우해 드려서 죄송하다, 수업료 올려드려야 하는데 먼저 말씀 안 하셔서 몰랐다, 그래서 이제야 올려드린다, 등.


어머니께서 날 믿고 ㅎ을 맡겨 주신 덕분에 나는 ㅎ과 원활하게 수업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내 능력을 인정해주는 유일한 분이었다. 원장님이 내 능력을 인정해 준다고 내 월급을 올려주진 않는다. 말 한마디 겨우 들을까 말까였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번 표현해주시다니. 믿어주시는 것을 아니까 더 ㅎ을 품에 안고 국어 이외 여러 가지 것들을 가르쳤던 것 같다. 한 달 후에 날 그만두게 할 분이 아니라는 믿음과 안심 때문에 말이다.


최근에 과외 문의가 들어와서 과외 수업을 진행했는데 한 달 혹은 두 달만에 나를 다른 선생님으로 교체하시더라. 아이의 국어 성적이 오르기를 바란다고 그 어머니는 여러 번 이야기하셨고, 나는 여러 번 말했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단기간에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고. 그런데도 어머니는 성적이 단번에 오르길 기대하셨나 보다. 그게 안 되어서 나는 잘렸다.


그런데 진실은 따로 있다. ㅎ의 어머니처럼 어머니께서 날 믿고 기다려주셨다면 나는 정해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가르쳤을 것이다. 나와 오래 할 아이라고 여기면서 책임감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런데 한 달 혹은 두 달만에 날 교체할 것 같은 어머니면... 난 모든 걸 아이에게 쏟아붓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만 수업하고 칼같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차피 교체될 것 같으니.


ㅎ의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날 능력 있는 선생님으로 바라봐주시고 표현해주신다. 반면 한 달 수업을 진행한 어머니는 그렇지 않을 거다.


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건, 날 바라보는 사람의 영향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ㅎ어머니께 감사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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