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고 있는 내게 엄마가 말을 건넨다.
"다리는 좀 괜찮아?"
병원을 다녀오고 학원을 간다고 움직였더니 오랜만에 다리가 뻐근하고 피곤했다. 나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답을 해야 했다. 그런데 엉뚱한 말이 나갔다.
"시는 두 가지야... <낙화>는 두 가지지..."
나중에 정신이 들었다. 그래서 다리 괜찮다고 말하니, 엄마는 "그걸 그렇게 말하지 왜 이상하게 말해."라고 했다. 차마 헛소리한 거라고 말을 못 하고 눈 감고 듣고만 있었다.
헛소리한 일은 이것 말고도 많다. 기억에 나는 건 하나인데 그때는 '잠에서 깼어요' 할 것을 '깨다'가 아닌 다른 말을 사용했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이지만 이상한 말을 했다는 건 기억이 난다.
텔레비전에 뇌졸중 걸린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아리송한 사람이 나와서 말했다. 자기는 치료받을 때 헛소리 많이 했다고, 논리가 없이 말했다고. 나도 그런 게 아닐까? 원래 잠을 자고 있어도 말을 걸면 잠에서 쉽게 깨고 대답도 정상적으로 하는데 머리에 혹이 생기고 나서는 답을 못 하는 횟수가 는다. 그러니 나도 그런 게 아닐까?
헛소리를 했지만 <낙화>는 진짜 두 시인이 쓴 것으로 내용이 다르다. 하나는 이형기가 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지훈이 쓴 것이다. 이형기의 것은 헤어진 사람의 심정,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심정을 대변하고, 조지훈의 것은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과 그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을 대변한다. 나는 둘 중 하나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두 시에 감동받은 적이 없기에.
그런데 오늘,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날은 따뜻한데 아니 오히려 뜨겁다고 해야 옳을 정도인데 차디찬 바람이 불어왔다. 그때 난 오랜만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병원에 다녀오고서 의사에게 들은 내용을 처음으로 내뱉었을 땐, 울었다. 수술을 기다리는 입장도 서러웠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어려운 것이 억울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혹이지, 줄어든 게 아니면 큰 것이겠지, 컸다면 최악은 지금 상황에서 기다리는 것인데 그저 기다리면 되겠지, 하는 마음. 지금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마음이었다. 그때 바람을 만났다. 꽃잎이 떨어져 없어지고 여름이 기다리는 5월에, 바람은 마치 꽃잎이 여기 있어서 떨어뜨릴 듯이 세차게 부는 것이다. 바람이 나에게 '그래, 그렇게 지내'라고 나의 긍정성에 확신을 해주는 것 같았다. 뜨거운 날에 뜬금없이 부는 바람이니까.
그렇게 나의 바람은 '그래, 그래...'라고 하는 끄덕임으로 왔다. 꽃이 있었다면 낙화였겠지... 하면서.
사람마다 <낙화>는 다르게 읽힐 것이다. 시인은 두 명이지만 독자는 여럿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