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olpit May 12. 2022

문제 투성이 속에 나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고

생각해 보면 멀쩡한 사람 하나 없다. 학생 중 한 명은 백혈구 때문에 백신을 안 맞았고 다른 한 명은 백내장이 있어서 칠판이 안 보인다고 했다. 걔네들 빼고 남은 애들은 멀쩡한가? 그렇지도 않다. 백지처럼 아무것도 머리에 담기지 않은 아이도 있고 비만도 있으며 상황 파악을 못 하는 애도 있다. 아, 태어나면서부터 건강이 안 좋아 검진 가는 애도 있지!

이렇게 문제 투성이인데 그들은, 살아간다. 아무렇지 않게 산다. 오른쪽을 쓰지 못하는 나는, 이들 사이에 평범한 존재가 된다. 내 상황을 비관한 내가 잠시 돌부리에 발이 걸린 것뿐이다. 그러니 괜찮게 살아가도 될 것이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가 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에는 생각은 자신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나는 생각한다. 나와 남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생각이 달라서다. 그런데 생각을 나와 떨어뜨려하라니.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생각은 그저 떠오르는 것이고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을 붙잡아 두지 말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구절을 보며 한동안 우울하게 지낸 나를 떠올렸다. 우울한 생각이 드니까 우울하게 출근하고 퇴근했고 그 생각과 감정을 이어갔다. 우울한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절을 붙들고 있어 보니,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았다. 길을 걷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탈 때, 우울하다. 한숨이 난다. 그러나 학원에 도착해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그런 힘듦은 사라진다. 우울도 그때 날려버려야 했다는 걸, 이제 알았다. 생각에 대한 집착이고 미련이었다. '그래야 한다'라는 생각이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해야 할 일들을 다 하고 낮잠까지 잤다. 좋다고 생각했다. 그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겠다. 억지로 우울한 생각을 끌어내지 않고. 근데 평범하다는 건 남과 비교한다는 것인데 왜 비교하고 있지? 아이고.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바람이 말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