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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un 29. 2023

의식의 흐름 기법

비 오는 날의 혼잣말

세찬 비가 내릴 거라고 해서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놀라지는 않았다. 예보를 알고 있었기에 오늘은 집 안에서만 하루를 보내기로 진작부터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은 그 덕에 쉰다. 운동이라고 부르기 겸연쩍지만.      


집 안 전체가 먹구름의 영향으로 어둑해지고 내 마음도 어두워져 계획대로 행동한 게 하나도 없다. 자꾸 자야 할 것 같고 축 늘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다. 정신을 차린 건 언니의 전화였다. 매일 언니와 통화를 한다. 언니가 일을 그만두고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그렇게 되었는데, 오늘은 언니의 전화를 받고 미안해졌다. 내가 느낀 것과 다르게 언니는 친한 사람 한두 사람뿐이라며 잦은 이사로 커피 마시고 수다 떨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런 언니가 유일하게 수다를 떠는 사람이라곤 나일 텐데 지난 이 년 동안 난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게 미안했다. 아프다는 소식을 언니에게 전했을 때, 언니는 울면서 나에게 말했다. “너무 내 이야기만 해서 너의 스트레스를 쌓이게 한 것 같아. 미안해.” 착한 사람 꼽으면 언니를 꼽는데 이건 진짜 착하지 않나? 자기 이야기 별로 안 하고, 물어야 대답해 주면서. 그 뒤로 내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언니는 언니의 이야기를 안 했다. 그저 나의 상태와 상황을 걱정했다. 요즘에야 조금씩 언니가 자기의 일상을 보여주고 감정을 말한다. 언니의 변화가 내가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기에 언니의 전화가 좋다.      


언니의 전화를 받고 그 활력으로 일상으로 돌아와 내가 할 일을 생각했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강의를 듣는데, 왜 학생들이 내 강의를 듣고 딴짓을 했는지 이해가 간다. 강의를 못 해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강의라는 건 개그가 아니기에 집중을 요구하고 그러다 보면 집중을 한 강사가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변명 같지만 그렇다, 나는 딴짓했고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땐 강사가 빠르게 말하느라 침을 삼켰다. 호흡에 맞지 않게 빠른 말이었다. 이제 나더러 다시 강의하라고 하면 빠르게 말하지 않으리라. 듣기에도 불편하고 강의하는 내용에 있어 전달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호흡하니까 생각났다. 어제 수면명상을 했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거기서 지시하는 대로 몸에 힘을 빼고 누웠다. 깊은 호흡을 했다. 배로도 호흡하는 걸 느꼈다. 그리고... 잠들었다. 잠자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스르르’ 잠드는 건 파티다. 오늘도 해 봐야지.     


비가 그쳤다. 오늘 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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