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해 따뜻함을 갖고 싶다면 콜리의 말을...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

by eolpit

“인간은 악한 존재야.”

그렇게 외쳤던 한 해가 있었다. 그 해에는 유달리 ‘인간’이란 종족이 ‘악’하게만 느껴졌다. 나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행동하는 듯한 아이들을 만났고, 난 그들을 ‘악플러’라 명명했는데, 그게 나를 더 악의 소굴로 밀어 넣었다. 처음부터 인간을 악하다고 본 건 아니었다. 나는 아이들을 믿는 편이었다. 언젠가 부원장님과 대화하던 중에,

“아이들이 잘해 오겠죠.”

라고 내가 말하니까 부원장님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국어 선생님이 아직 순진해서 그래요. 국어 선생님은 아이들이 선하다고 봐요?”

라고 말했다.


난 그때까지 아이들을 선한 존재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랬던 나를 다 잊고 인간은 악하다며 소리를 쳤다, 일 년간. 그 일 년이 지난날, 오랜만에 친척 오빠를 만나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오빠, 난 이제 인간이 악한 존재라고 생각해.”


그 말을 들은 오빠는 깜짝 놀라며, 흥분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그럼 너에게 좋은 게 하나도 없어.”


나보다 15살이나 많은 오빠가 왜 아직도 인간을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오빠의 태도였다. 오빠가 놀랄 만큼 내 생각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오빠의 말은 이랬다. 인간을 악하게 본다는 건 너 자신을 악하게 보는 것과 같다고. 그러니 인간에게 실망해도 네가 자꾸 품어주고 배려해주고 사랑해주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그 보답이 돌아온다고.


누군가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을 악하다고 믿으면 그때부터 너무 피곤해져요. 저 사람이 날 골탕 먹이려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해야 하고 가늠해야 하고 복수하려고 마음먹어야 하고...... 그런 것에 드는 에너지가 너무 피곤해요. 그러니 인간이 착하다고 믿는 게 나아요. 그리고 그와 같이 그냥 착하게 행동하는 게 편해요. 내가 착하게 행동해야 타인이 착하게 행동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그들의 말을 듣고 난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인간은 악하지 않다. 환경을 무참히 짓밟고, 동물을 학대하고, 인간이 인간을 학대하고 죽이더라도...... 그래도 인간의 선한 부분은 세상 어딘가에 있다고 믿고 싶다.




『천 개의 파랑』의 인공지능 로봇 콜리는 ‘인간’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의 눈이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도 각자가 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다가 모든 연료를 다 소진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즐거울 것 같기도 했다. 콜리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모든 상황이 즐거웠으리라. 삶 자체가 연속되는 퀴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콜리가 바라본 관점, 그것은 인공지능이라서 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인간인 나도 인간을 신비하게 여기고, 내가 인간이란 사실에 감사하며, 삶을 고난이 아닌 퀴즈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콜리의 입을 통해 전달된 ‘인간’에 관한 생각ㅡ오랜만에 밝은 생각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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