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이 온다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2000년생을 맞이한다

by eolpit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윗세대와 다른 90년생의 모습에 놀랐다. 저자는 90년생의 특징을 솔직함, 공평함으로 언급하며 그래서 오늘날 대기업의 갑질 문제라든가 대입 부정 입학의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책이 왜 이제야 나왔을까. 그건 윗세대들이 90년생을 마주하면서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솔직함, 예를 들면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저는 야근 수당 대신에 퇴근을 일찍 하고 싶습니다’라는 발언에 윗세대들이 꼼짝 못 하고 있는 것이다.

S학원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학생들의 시험이 시작되었고, 그날은 시험이 끝난 당일이었다. 시험이 끝난 당일, 학원에 오는 학생이 몇이나 있으랴. (그리고 이미 앞 시간 다른 수업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예전에 근무했던 곳에서는 이런 날 원장님께서 강사에게 “먼저 들어가세요. 학생들 오지 않을 건데 뭐.”라고 하며 퇴근을 허락했었다. 그래서 그날 난 내 자리에 앉아서 그 허락을 기다렸다. 그런데 도무지 허락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더라. 동료 선생님은 학생들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할 일이 없으니 원장님과 수다를 떨고 있고 말이다. 아무 일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기가 지루해, 망설이고 망설이던 끝에 나는 가방을 들고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인사를 건넸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러자 원장님의 눈이 동그래지시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시려고요?”

나라는 사람이 당돌하고 솔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특히 일하는 관계에서 더욱. 그런데 S학원에서는 당돌하고 솔직하게 행동한 적이 꽤 된다. 그중 하나가 저 장면이다.

원장님이 나의 퇴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보통 같으면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자리로 들어갔을 거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원장님의 반응에 괜스레 고집이 생겨, “네. 학생들 전부 오지 않았는데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원장님께서는 “그래도 늦게라도 아이들이 올 수도 있는데... 네... 알겠어요, 들어가세요.” 라며 마지못해 허락을 하셨다.

훗날 동료 선생님은 이런 나의 태도를 지적하셨다. 학원을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른 퇴근을 하는 강사가 예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30분 정도는 앉아 있다가 가지 그랬냐고 말이다. 그러나 그때 난 동료 선생님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앉아서 원장님과 수다를 떠는 30분을 보내란 말인가? (무슨 말을 나눌 수 있나...) 혼자 가만히 앉아 명상을 즐기는 30분을 보내란 말인가? 뭐하러? 그때는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되기보다는 서로 불편해지는 겉치장 같았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다르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원장님과 동료 선생님은 나의 태도에 적잖이 놀라신 것 같다. 《90년생이 온다》의 ‘90년생’을 바라보는 윗세대 같았다고나 할까. 세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마주하는 게 어찌 놀랍지 않으랴.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친구 생일 선물로 현금을 건네는 일, 학교 수업 시간에 몰래 컵라면을 먹는 일, 친구보다 자신을 더 예뻐하길 당당히 요구하는 아이, 부모의 욕을 공개적으로 하는 아이, 어른을 답답하게만 여기는 아이...... 나 역시도 매일 마주하는 2000년생의 태도에 적잖이 놀란다.

누구는 《90년생이 온다》에 대해 90년생의 특징을 열거해 놓은 것이 정확히 맞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을 보편화한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내가 윗세대이고, 내가 아랫세대를 바라보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 그때 2000년생에 대한 특징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난 책을 그들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는 길잡이로 삼고, 그들과 나의 소통 가능성을 꿈꿔 보는 도움이로 받아들일 것이다.

세대 간의 소통은 필요하다. 그러나 어렵다.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다른 만큼 우리는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니 그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환영한다. 그리고 그들과 더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다. 다르다는 것은 한편으론 즐거움을 주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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