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한 숟가락, 그게 진심인가요?
진심이 아니라 할 순 없지만 이해해주는 넓은 마음이 필요해
올해 고3으로 수업이 끝난 학생이 있다. 수업은 끝났으나 ㅁ군의 고3 생활은 끝났다고 할 수 없었다. 대학별 적성고사가 남았기 때문이다. 고3 수업이 끝나기 전부터 난 ㅁ군에게 이야기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날 불러!” 그 말에 ㅁ군은 용기를 얻어 수업이 종료된 이후에 두어 번 날 찾았다. 어느 날은 11시에 시작해서 새벽 1시에 끝났고, 어느 날은 10시에 시작해서 12시에 끝났다. 대체로 짧으면 1시간 반, 길면 두 시간이었다.
말은 쉽게 내뱉었는데, 마음은 그러질 못했다. 막상 온라인 수업을 할 때가 되면 이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설명하는 게 말 몇 마디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목이 쉬기도 하고, 했던 말 또 하는 반복을 여러 번 하는 것이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정규 수업은 대가를 받고 하는 것이니 참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하겠지만, 이건 그렇지 않으니 매번 시작하기 전에 ‘내가 왜 그런 말을 내뱉었을까?’ 후회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부탁이라며 청해온 수업. 아무렇지 않게 밤에 해 주겠다고 말은 내뱉었지만, 기나긴 설명과 소통의 부재와 답답함을 지나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반복을 거쳐야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잠깐 생각했다.
‘언제까지 수업을 해 달라는 걸까.’
잠깐 생각했다. 아주 작은 마음이었다. 이것이 나의 진심은 아니었다. 내 마음의 더 큰 조각은 그래도 공부하려는 아이가 기특했고, 나를 찾아줘서 고마웠고, 이 정도쯤은 해줄 법하다,였다. 그러니 저런 마음은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커다란 케이크에 한 숟가락 정도.
그런데
입 밖으로 실실 웃으며 나간 말이, 저 한 숟가락이었다. 아주 작은 마음. 내 입으로 내뱉고도 살짝 당황했다. 이게 나의 진심이 아닌데... 이게 왜 입 밖으로 나가나... 염려한 대로 ㅁ군은 나의 조각을 내 진심으로 이해했다. 아닌데... 아닌데...
한 숟가락에 당황해하고 겸연쩍어하며 수업을 마친 후, 진심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의 마음을 케이크라고 한다면 그중 한 숟가락이 입 밖으로 나가 상대에게 진심으로 비쳤다. 그렇다면 상대의 진심도 그러한 게 아닐까. 내가 들었던 수많은 말이 사실은 상대가 가지고 있던 한 숟가락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난 그들이 한 말을 실수라 생각하지 않았고, 절대 한 숟가락 정도의 마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났고, 우리는 안 맞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보지 않는 것도 나은 거라고 마음먹었었는데...
진심이라고 부르는 ‘진심’은 도대체 뭘까. 상대의 진심은 고사하고 내 마음의 진심을 알 수나 있긴 한 걸까. 오늘 내가 내민 한 숟가락 정도를 진심이라 한다면 억울하다. 그렇다고 저 말을 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그건 거짓일 거다. 남의 진심을 쉽게 진단하지 말고 한 숟가락일 수도 있다며 이해해주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의 진심을 보이는 데 신중하게 언어를 선택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