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다

이직을 생각하다 업을 떠나는 것을 상상한다. 그리고 결론은...

by eolpit

이직을 생각하다 보면 나는 자연스럽게 이 업을 떠나는 것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강사를 그만두면 어떨까. 맨 처음에 드는 생각은, 난 더 행복해질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이직을 생각했다는 건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업을 선택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작용했다. 하나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ㅎ의 영향이다. ㅎ이라는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한 건 과외를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시작했을 때였다. 그 아이를 꽤 오랫동안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이 업이 운명인가 생각했다. 그와 더불어 그때 당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강사’였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지금의 길을 선택했다.


ㅎ을 가르친 지 10년. 올해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그래서 난 나를 강사의 길로 이끌어 준 아이를 끝으로, 이 업을 끝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는 것이다. 이 생각은 올해 처음으로 한 게 아니라 예전부터 종종 해 오던 생각이었다. 나를 시작하게 한 아이가 끝이 나면, 난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따라 이 업을 끝내야 하는 건 아닐까, 운명처럼 말이다.


아이들과 점차 나이 차가 벌어지고,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나의 말이 지루해질 무렵, 나는 지속적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이 업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 그 생각들이 가라앉을 무렵이 찾아오면 업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 번째 생각이 든다.


‘난 갈 곳이 없다.’


내가 강사를 그만두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맨 처음에는 강사를 그만 두면 뭐든 못 하겠느냐, 책도 읽고 저녁에 가족들과 밥도 먹고, 스트레스도 덜 받으니 피부도 좋아지지 않겠냐는 식의 긍정적인 생각이 가득했다면, 두 번째 생각에는 그것보다는 차분해진 생각이 동반된다. 여태껏 해 온 것이 국어를 가르치는 건데, 그것도 아주 잘 가르친다기보다는 근근이 가르치는 모양인데, 이걸 그만두고 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면 되지 않느냐고 주변 사람들이 말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건 내 입장에서 좀 다른 문제다. 그림을 전문가처럼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취미용으로 그리는 것인데, 그것마저도 사람들의 반응은 싱겁기 때문이다.(인스타를 보니 조회 수가 많지 않더라.) 돈을 버는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전문가들도 자신의 능력만으로 돈을 버는 것은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나도 학생들을 ‘학원’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가르쳐보기도 해서 대충은 안다. 혼자만의 힘으로 돈을 버는 건 굉장히 어렵다.


다른 일을 시작해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 알바몬을 두 시간이나 탐색했다. 업을 바꾸기 위해 우선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에서.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하니, 친구는 단칼에 내 의견을 묵살했다. 우리 나이가 적지 않아서 아르바이트생으로 뽑지 않는다는 거다. 아주 간단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 아직 서른밖에 안 되었는데...


그러니 객관적으로 말해 난 강사를 그만 두면 갈 곳이 없다.

단기적으로 그렇다. 장기적으로는 지금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해서 ‘서서히’ 변해간다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렇다. 몇 개월 사이에 나는 업을 바꿀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엔 지금 하는 일이나 열심히 하자 싶다. 사실 내가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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