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화를 내줘

온라인 수업, 난 계속 혼자다

by eolpit

공간만 내 방일 뿐이었다. 그리고 학생의 얼굴을 마주 보는 대신 나는 화면을 볼 뿐이었고. 말로 전하면 그뿐이었는데, 어쩐지 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하루 종일 혼자가 된 기분이다.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땐 혼자인 기분을 느낀 적이 없던가?

있었다.

학생과 싸울 때다.
한 명이 버럭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만 자”, “일어나”, “숙제 왜 안 했어?” 등의 일상적인 말에 내 억양이 좋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학생이 버럭 “싫은데요?” “그냥 냅둬요” “이걸 왜 저한테 하라고 하세요?”라고 말할 때, 나는 종종 그들과 싸웠다. 싸웠다,라고 말하고 혼냈다,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그 상황에 대해 나 자신도 반성을 하기 때문이다. 말투가 좀 더 고왔더라면 그들도 나에게 화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친절했더라면 말이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면 난 한 명과 싸우는 게 아니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생은 자기 친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친구들에게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기를 쓰고 나를 이겨야 했고, 나 역시도 나머지 학생들의 시선을 받는 입장이라 기를 쓰고 이겨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게까지 하진 않는다. 그러나 특수한 아이 몇몇은 정말 기를 쓰고 나를 이기려 든다. 자기의 자존심을 위해 말이다. 그렇다면 질 수 없지, 나 역시 기를 써야 한다.

우선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머리를 빨리 회전을 시킨다. 이 아이가 왜 이토록 화를 내는가, 나는 무엇을 실수했던가. 그리고 재빨리 사과한다. “네가 지금 화내는 게 이것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미안해, 그렇지만……” 그 뒤는 말 안 해도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는 상대의 잘못을 지적한다. 대개는 이렇다. “그렇지만 이런 말을 선생님한테 하는 건 심하지 않아?”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이들을 이기는 방법이다. 대개 청소년 시기에는 한 번 끓어오른 감정이 쉽사리 가라앉지도 않을 뿐더러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전달하기란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럼 그 틈에 난 쉬지 않고 말을 한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너의 태도가 그렇고, 너의 말이 그랬다,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해서 화를 내는 거다, 내가 오해했다면 미안하다 등.

이것이 학생과의 싸움에 이기는 방법이라곤 할 수 없다. 사실 난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다. 대체로 그 상황은 어벌쩡하다가 마무리가 됐고, 그 뒤로 얼어 있는 교실 분위기를 어떻게 해동해야 하는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싸움으로 인해 흘린 땀방울을 모은다면 아마 학생보다 내가 더 많으리. 그러니 사실은 패자가 아닌가.

실질적으로 패자가 되는 싸움을 하다 보면 난 학생 한 명만 미운 게 아니다. 그 순간에는 모두가 다 밉다. 입을 닫고 있는 나머지 학생들도 다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아서 그들의 집단과 내가 기를 쓰고 싸운 느낌이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유치하지만……

나도 친구 데려올래!, 다.

싸움에 나이가 어디 있나. 내 편을 데려오고 싶은 마음 한 가득이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하니 그런 싸움도 없어지고 그야말로 혼자다. 온라인에서 어떻게 학생과 싸우나. 혼을 낼 수도 없다. 혼을 내도 저쪽에선 마이크 끄고 화면 끄면 그만인 것이다. 싸움의 흐름을 타지도 못하는 거다.

혼자 떠들고 혼자 화면 보고 혼자 듣는 온라인 수업.
제발 온라인 수업 때 학생이 나에게 화를 내줬으면. 그래서 우리 사이에 무슨 흐름이라도 탈 수 있었으면…… 그럼 정말 수업하는 기분이 날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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