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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an 20. 2021

몇 월을 좋아해?

우린 뭐하고 지낸 걸까

몇 월을 좋아해?

학생들에게 <동동>을 설명해야 하는데 내 생각은 엉뚱한데 머물렀다. 사람들은 몇 월을 좋아할까? 그 이유는 뭘까? 묻기 전에 난 스스로 질문에 답했다.

난 1월이 좋다. 1월이 쨍 하니 추운 때라서, 새 시작을 할 수 있어서, 1월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순한 이유로 1월을 좋아한다. 생일이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그렇게 생각을 해 보니 내가 겨울을 좋아한다는 말이 잘못된 게 아닐까 싶다. 그저 1월이 생일이기에 겨울을 좋아한 건 아닐까. 추운 걸 겁내고 눈사람도 안 만들던 꼬맹이가 뭣이 좋다고 겨울을 좋아했을까.
생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생일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다. 언니 생일과 다르게 내 생일이 다가오면 아빠의 일거리가 줄었고 우리의 보릿고개가 시작됐다. 학교에선 겨울방학이었고 커서는 일하는 날이었다. 그러니 내가 생일이 있는 달을 좋아한다 했을 때 그것은 정말 단순한 의미다. 내가 태어난 달이라 좀 더 선명히 다가오는 것뿐이다.


몇 월을 좋아하냐고 묻자 학생들의 대답은 다양했다. 7월은 럭키 세븐이라 좋고 5월은 가장 따뜻해서 좋으며 10월은 가장 시원해서 좋단다. 2월은 설이 있어 쉬는 날이 많으니 좋다고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생일이 있어서 좋아요,란 답은 단 한 명뿐이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달도 다르고 좋아하는 이유도 다른 우린, 이렇게 다양해서 재밌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데 왜 여태 이런 걸 말하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을 처음 받냐고 물으니 학생들은 모두 끄덕였다. 하긴 나도 이런 질문을 한 게 오랜만이다. 좋아하는 색이 무어냐, 좋아하는 옷은, 음식은, 말은 무어냐는 질문은 종이로만 받아봤지 대화로 나눈 적은 없는 듯하다. 가까운 사람 중에 그가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경우도 딱 하나뿐이다.


우린 대체 뭐하고 시간을 보냈던 걸까. 이런 것도 모르면서. 뭘 안다고 그 외의 복잡한 것들에 대해 떠들어댄 걸까.


물어보고 대답을 들으며 그 기발한 답들에 놀라자.



너, 몇 월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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