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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an 22. 2021

어제 무슨 꿈 꿨어?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읽고 나서

꿈이란 뭘까. 매번 꿈을 꿀 때마다 나는 꿈의 세계에 대해 궁금했다. 고등학교 3학년, 나는 친구에게 자주 나의 꿈 이야길 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어느 날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다른 친구에게 나를 가리키며 "얘 꿈 이야기 잘 들어야 해. 꿈이 다 현재 상태, 생각과 일치한다!"라고 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꿈이 곧 나의 생각과 지금의 나를 말한다는 걸. 그러나 왜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스스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흐리멍덩한 상태로 남아 언어화되지 않았을 때, 그때 다른 사람이 그것을 언어로 분명히 제시하면 그것이 정답이 되어 버리고 마는 때. 모든 것이 분명 해지는 때 말이다. 그래서 난 그때 친구의 말을 듣고 알았다. 나의 꿈이란 것을. 나의 꿈은 내가 생각한 것들이 이미지로 바뀌어 나타난다. 잠깐이라도 했던 생각이 나타나기도 하고 오래 했던 생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무튼 꿈은 나의 생각이었고, 현실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바뀐 것은 희한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동물과 식물, 곤충 등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그때까지는 그들이 등장하는 꿈을 꾼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꿈에 비둘기가 등장했다. 여학생들은 비둘기를 보면 곧잘 비명을 지른다. 아직도 그들이 왜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서우면 피해 가면 그만 아닌가. 비둘기를 무서워하지도 징그러워하지도 않는 나였으니 꿈에서 비둘기를 만난들 비명을 지르거나 공포에 사로잡힐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 비둘기는 그런 비둘기가 아니었다. 꿈속 화면 한가득 내 얼굴이 있었고, 내 오른쪽 귀 곁엔 내 얼굴만큼이나 큰 비둘기 얼굴이 있었다. 비둘기의 부리가 내 귀에 닿을 것 같았는데, 그때 비둘기가 나긋하게 남자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혼을 내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무슨 말을 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그 말은 꽤나 무서웠다. 화를 내는 목소리가 무서웠고 비둘기의 눈이 무서웠고 부리가 무서웠다. 그래서 몸을 움직여 비둘기를 피하려고 하는데 왜 또 몸은 안 움직이는 걸까. 어디 결박이나 당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비둘기의 부리를 피하고 싶어 우여곡절 끝에, 갖은 노력 끝에, 비둘기가 없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순간

비둘기가 나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했다.



공포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있지 않나.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다가오던 귀신이 있는데, 그게 무서워 도망가려고 등을 돌리는 순간 귀신이 내 눈앞에 턱하니 서 버리는 장면. 그것처럼 비둘기의 이동은 재빨랐고 무서웠다. 그래서 놀란 마음이 숨을 들이켜다가 꿈에서 깼다. 꿈에서 깬 게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그제야 숨이 제대로 쉬어졌고 한동안은 침대에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도대체 비둘기는 뭐였을까? 왜 나를 혼냈을까? 난 비둘기를 일부러 날리거나 비명을 지른 적이 없는데.



그 뒤로도 신기한 꿈을 많이 꿨다. 꿈에서 펑펑 울던 게 진짜 현실의 눈물로 이어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기처럼 으앙 하고 운 날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꿈에 나와서 다음날 그 사람을 마주했을 때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다. 악어떼가 나를 덮치려고 한 꿈도 있었고, 돌아가신 이모가 엄마, 나, 그리고 할머니에게 다가와 환하게 웃는 꿈도 꾸었다.



희한한 꿈은 머릿속에 더 오래 남는다. 그리고 계속 현실을 훔쳐보게 한다. 이것이 꿈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예전에 꿈은 그저 내 마음, 내 무의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꿈과 비슷한 것을 현실에서 겪어 본 일이 있었고(그것이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꿈이 현실의 나에게 도움을 준 적도 많았다.(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어제 꾼 꿈을 노트에 적는다.


어젯밤 꿈속에서 난 왜 도망을 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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