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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Feb 01. 2021

지금 당장 죽는다면, 이라는 질문에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려 답안을 완성한다

'지금 당장 죽을 수 있다. 선고를 받을 수 있다.'


여태 그런 생각 안 하고도 잘 살아왔으면서도 돌연 튀어나와 내 머리를 가득 채우는 이 생각은 어인 일인가. 노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젊은 시절 맞이하는 죽음. 그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이런 생각의 출발엔 한 기사가 있다.

젊은 남자 배우의 암 투병 기사. 암을 극복해 내겠다는 기사의 타이틀. 나는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암이라는 단어로 이미 생을 포기하고 서서히 종이를 접어가듯 인생을 접어가지 않을까. 아니다, 아니다. 지금도 젊은 날에 맞이하는 죽음에 관한 생각으로 숨이 막히고 억울한데 그때는 얼마나 억울할까. 얼마나 살고 싶을까. 생의 의지가 가득할 것이다.

숨이 막혀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존재가 흔들리고 흔들린다. 그러나 이내 다시 평화를 갈구한다. 숨을 고른다.


몇 가지 생각을 한다.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미래의 일을 미리부터 겁먹고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다. 삶을 방탕하게 무작정 즐기는 것이 좋지 않듯 잔뜩 겁을 먹은 채 보내는 것도 좋지 않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러니 아직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한 생각을 미뤄둔다. 다만 죽음이 다가올 때 억울하지 않도록 지금의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그러자니 떠오르는 것은 "글을 써야 한다"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 글을 쓰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에 관한 글을 써야 하고 불안한 나를 잠재우기 위해 깨어 있는 순간마다 글을 써야 한다. 잘 써서 쓰겠다는 게 아니다. 즐거워서 쓰겠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죽음을 잊을 수 있는 순간이라 쓰겠다는 거다.

그리고 다음으로 집착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중요하다고 여기며 붙잡아 왔던 것이 사실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고 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20대엔 일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아니듯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며 놓아야 한다. 잘 떠나기 위해서.


나는 무슨 복으로 여태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왔을까. 의아해하며 그리고 감사해하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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