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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Mar 07. 2021

잘 웃는 데요?

강사의 길로 잘 들어섰다

목소리만으로 수업을 하는 사이다. 인사를 할 때 잠시 눈을 마주하지만 그 뒤로 장장 120분을 목소리로만 만난다. 그런 사이면 친해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ㅈ군은 내 수업을 꾀나 좋아한다. 내가 수업과 관련되어서 하는 문학 이야기,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즐거워한다. 나는 내 수업을 좋아하는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을 잔소리가 아니라 그저 한 인간의 경험으로 듣고, 자신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는 무언가로 삼아 주니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어제는 무슨 말 끝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나 자신은 부정적인 사람이었다고. 부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다. 초등학생 때부터 우울감을 쉽게 느꼈고, 아침마다 웃음이 나오는 언니와는 다르게 나에게 아침은 조용하게 혹은 불쾌하게 시작이 되었다. 언니의 밝은 미소가 부러웠다. 언니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미소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언니의 미소 덕에 나 역시도 자주 웃을 수 있었다. 커가면서 언니의 미소를 동경했고, 따라 하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이 어느새 행동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알아차린 건 대학생 때다. 대학생 때, 갑자기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넌 참 잘 웃는구나.” 그전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 그러나 남들이 하는 그 말을 나 역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당시 많이 웃었기 때문에 입 꼬리가 당기는 느낌이 있었던 탓이다.      



그리고 지금은 잘 웃는 사람까진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려고 노력하는 사람 정도까진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올 때도 곧잘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렸고, 항상 소망하는 것이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그 안에서 긍정적인 생각과 호르몬이 샘솟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나’를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ㅈ군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정말 잘 웃는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또 웃음이 터졌다. 잘 웃는 선생님이라고 인정받은 것인가. 기분이 좋아서 웃었고, 학생에게 그 말을 듣는 게 나의 최종적인 목표였음을 깨달아서 웃었다. 학생이 나와 수업을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도 좋지만 그건 나 말고도 다른 선생님이 해 줄 수 있는 일이다. 나는 학생에게 어떤 강사였으면 좋겠는가. 나는 학생에게 어떤 강사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는가.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잘 웃는 사람’, ‘예뻐해 준 사람’, ‘이야기가 재밌었던 사람’, ‘정직한 사람’, ‘바른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ㅈ군과 대화가 그 길로 잘 들어섰다는 증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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