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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Mar 09. 2021

어쩔 수 없다, 영향을 받는 나

이북을 읽고 새롭게 설명할게요~


집을 나서기 전 책을 손에 쥔다. 이동진 작가가 책을 손에 들고 있는 행동이 독서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이후부터 가방에 책을 넣지 않고 손에 들고 있으려고 노력한다. 손에 쥐고 있으면 작가가 말한 대로 틈틈이 독서를 하게 된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지하철에서, 횡단보도에서. 그런데 문제는 손에 시리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덜컹거릴 때 손에 책이 들려 있으면 불편하다. 가끔 손에 들고 있는 게 귀찮아 가방에 다시 넣곤 하는데, 그런 순간엔 꼭 다시 ‘심심함’이 찾아온다. 가방에서 또 꺼내고, 귀찮으면 또 넣고, 또 심심하고.



오늘도 그럴 뻔했다. 넣고 뺐다 하는 반복적인 동작을 하려다가 불현듯 집에서 읽던 이북 생각이 났다. 허지웅의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을 읽다가 출근을 했기에, 마저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밀리의 서재’ 앱을 실행시켰다. 버스에서 잠깐 보고 다시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지하철에서 다시 꺼내고 다시 넣고, 심지어는 학원 쉬는 시간에 잠깐 보고 다시 넣었다. 그렇게 틈틈이 읽었다.



오늘에서야 이북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훨씬 간편하다. 가방에서 종이책을 꺼내고, 종이책을 들고 이동하는 것보다 주머니에서 오고 가는 이북이 간단하고 편하다. 게다가 나처럼 5분 정도의 짬밖에 나지 않는 순간에 처해 있다면 이북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학원 쉬는 시간은 내 마음을 매번 뒤흔든다. 복사나 각종 인쇄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서 쉬는 시간에 하겠지만, 그런 업무가 없는 경우에 짧은 오 분 동안 무엇으로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매번 고민한다. 어느 날은 일기를 썼고, 어느 날은 문제를 풀었으며, 어느 날은 종이책을 읽었다, 앞장만. 짧게 읽은 책은 나에게 감흥보다는 아쉬움을 주었고, 수업 종이 얄밉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북을 읽으니 충분히 읽을 만큼 읽었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이것은 수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나는 영향을 잘 받는 사람이다. 책으로부터도 그렇다. 수업 전에 읽은 책들은 나의 생각과 감정을 형성하고, 그 생각과 감정은 수업에 이어진다.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한 문학을 읽은 후 수업을 하게 되면 수업은 감성적으로 흘러가고(“이런 말 너무 멋지지 않니? 와~”),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회에 대해 분석한 책을 읽은 후에는 수업은 딱딱하게 흘러간다.(“너희들 사회가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단 말이야!”) 철학서를 읽은 후에는 아마 학생들이 느끼기에 뜬구름을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아마 학생이 보기에 나는 요일 따라 예민함이 바뀌는 선생님이 아니라 읽은 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선생님일 것이다. 변명을 하자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작품 하나, 지문 하나 설명하고 예를 들어야 하는데, 그런 때면 최근에 읽은 책들과 나의 경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하나의 작품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직업이다. 같은 예시를 들며 같은 설명 방법을 구사하는 건 재미없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을 재료로 삼아 설명하는 게 더 낫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앞으로 5분 쉬는 시간에 이북을 즐겨 읽을 것 같다. 되도록이면 밝은 내용이 있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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