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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Mar 10. 2021

불쑥 날아온 말이 나를 선명하게 했다

사람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다


지난날에 책을 읽자 다짐했던 이유 중 하나는, 멋진 말들을 구사해서 가까운 사람들이 힘들고 지칠 때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거였다. 얼마나 그렇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말이 상대의 마음에 닿아 따뜻한 느낌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날들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만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세상에서 사라질 즘 투명 인간처럼 투명해지지 않던가. 그처럼 나는 3개월 동안 때때로, 드문드문, 틈틈이 투명해졌다. 곧 내가 사라질 것처럼 두려웠고, 불안했다. 3개월이 된 시점에서 우연히, 친구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나 사실은 죽음이란 게 무서워. 죽음이란 걸 가까이서 본 친구는, 그에 공감해 주었다. 친구도 나처럼 죽음이란 게 무섭다고 했다. 그 한 마디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여전히 때때로, 드문드문, 틈틈이 투명해졌다. 그때 나에게 한 마디가 날아왔다. “사람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음에 대해 두려워한다고 생각했다. 죽음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섭고, 감당할 수 없는 속성이며, 자기 자신도 언제 갈지 아무도 모르니 내가 이야기만 꺼내면 상대도 어두워진 얼굴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렇게 단호한 말을 듣다니. 단호한 말씨 속에 숨은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 사람 그렇게 쉽게 가는 거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그래서 믿기로 했다.


친구가 한 말과 다르게 와닿았던 말. 왜 와닿았는지, 닿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힘찬, 강인한, 그리고 확고한 희망의 말이 듣고 싶었던 거다. 걱정할 필요 없다, 괜찮다, 아주 힘주어 하는 말 말이다.


힘이 되어 주고 싶어도, 힘이 되지 못하는 말이 될 때가 있다. 그와 반대로 별 뜻 없이 한 말이 힘이 될 때도 있다. 내가 받은 힘찬 말처럼 나의 말도 어느 날은 상대의 마음에 다가가길 바란다.





...

그 말 덕분에

그날 이후 나는 선명한 존재로 나 자신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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