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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Mar 17. 2021

아침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나는 왜 아침이 좋아졌는가

‘아침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일기장에 적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왜 썼는가 생각해 보았다. 요즘엔 아침에 일기를 쓴다. 이른 아침에 책상에 앉고 보니 자연히 그리 되었다. 그건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대학생 때도 제일 먼저 도서관에 들어가서는, 일기를 썼다. 그런 다음에야 책을 펼 수 있었다. 아침 햇살 탓이었나, 아직도 새로운 환경에 들뜬 기분이 남아 있는 걸까. 나는 아침이 되면 자연히 밝아진다. 


     

아침을 두려워했던 때가 떠오른다. 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시점부터 나는 아침을 무서워했다. 집에서 다들 나갈 준비를 하는 아침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나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며 괜히 민망해했고,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건만 나 자신을 초라하게 바라봤다. 막막하기도 했다. 그랬던 날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밤이 두렵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라고 부르던 시구가 떠오른다. “어둠을 살라 먹고... 해야 솟아라”     



이른 아침에 일어남으로써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고, (그것은 꽤 오래된 나의 목표였다. 아침에 엄마 얼굴을 보자는 것.) 겨울엔 해가 서서히 떠올라 세상이 밝아지는 것을 창문으로 볼 수 있었다. 서서히 밝아 오는 세상에, 내 마음도 밝아 오기 시작했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밝아졌다. 그게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아침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모임에 있다. 하루 중 타인을 만나는 시간은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뿐이다. 나의 세상은 그렇게 좁아졌다. 학생도 결국 일과 관련된 사람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고 흥미롭지도 않다. 게다가 그들과 난 ‘연결된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연결된 존재’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결되’었다고 느끼기엔 학생은 항상 무반응이며, 나는 그 무반응에 더 무료해지고 무심해졌다. 그와 다르게 온라인 모임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내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각자 책을 읽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각자 참여하기도 혹은 참여하지 않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내가 ‘그들’과 한다는 느낌, ‘사회’에 속해 있다는 느낌, 하루 24시간을 오로지 ‘혼자’ 사용하지 ‘않는다’는 느낌.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가득 차게 한다.     



백석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라는 말. 백석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구절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나만을 생각한다는 게 괴로운 일이라는 걸, 지루한 일이라는 걸, 값어치가 없는 짓이라는 걸 알아서, 저 사람이 참으로 괴로웠겠다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도록이면 혼자 지내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그 결과가 이거다.      

밝아오는 아침에, 엄마와 연결되고, 희망과 연결되고, 사람과 사회와 연결되는.     

그래서 난 아침에 외친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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