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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Apr 27. 2021

사람들이 하는 말은 내가 한 말에서 시작된다

아침에 들은 말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아침에 들은 말들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아침에 하는 모임에서 나는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들,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그러다 저번에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죽을 때까지 써야겠다.’ 쓰는 것이 나의 불안을 잠재우고 나를 편안하게 해 주며, 쓰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이다. 오늘은 이런 말도 했다. 학원에서 근무하다가 재미가 사라지거나, 인간적인 교류가 적거나, 배울 게 없을 때 그만두게 된다고 말이다. 저번의 말과 오늘의 말을 종합하여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글을 본격적으로 써 보시는 건 어때요?”



언니와 아침마다 통화를 하는데, 오늘은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방에서 전화를 하면 전화에 집중을 못 하고 딴짓을 하게 된다. 산책을 하면서 통화를 하면, 눈으로 다양한 것들을 보면서 감상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언니의 말들이 더 재밌게 들려서 좋다. 한 달 만의 산책이었는데, 전에 갔을 때는 연두색이 가득했다면 오늘은 무성한 초록잎으로 가득했다. 언니와 나누는 대화에, 무려 한 달 만에, 집중하며 통화했다. 언니에게 초록색을 바라보며 초록색에 대해 이야기했다. 꽃을 보면 꽃에 대해 이야기했고, 사람을 보면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어제 느낀 일들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그 말을 들은 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지하게, 교육대학원을 가 보는 건 어때?"



한 사람은 나에게 글을 쓰는 게 어떠냐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나에게 교육대학원을 가서 임용고시에 도전해 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르다. 나는 두 사람의 의견에 모두 'NO'를 외쳤다.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는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일을 그만두면 무엇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혼자 앉아서 글만 쓴다고 글이 잘 나올까. 일을 한다고 글을 못 쓰는 건 아니다. 게으른 게 문제다. 게다가 나 같은 사람이 '본격적으로' 글을 쓸 주제나 되는가. 임용고시에 대한 이야기는 강사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들어온 이야기인데 나는 한결같이 '아니오'를 외치면서도 조금씩 흔들렸다. 정말 그 길이 내 길일까. 나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임용고시를 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 싫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에게 꾸준히 이야기한다. 임용고시를 해 보라고. 그러면 난 또 흔들린다.



아침에 들은 두 사람의 말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두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사실은 내가 한 말 아니었을까. 한 명에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말했고, 다른 한 명에게는 일에서 오는 즐거움에 대해 말했다. 글을 쓰고 싶은 것도 사실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즐거운 것도 사실이다. 두 사람은 나에게 '환경'을 바꾸고 행복을 추구하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학원이 아닌 다른 일을 해 보는 건 어떠냐고 말이다. 어째서 나는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워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의 환경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을까.



일을 완전히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러나 두 개 중 하나는 그만 둘 수 있다. 외로움에 휩싸일 것이 걱정되지만 그 외로움으로 난 또 글을 쓸지 모른다. 또 그만둔 일로 인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환경을 바꾸는 것에, 새로운 환경을 구성하는 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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