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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Sep 06. 2021

그대 내 품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


매일 음악을 들었다. 산책을 할 때, 잠깐 시장을 갈 때,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집이 아닌 곳에서 무조건 외부와 차단했다. 빵을 사러 갔을 때였다. 음악을 듣고 있던 나는 음악을 즐기지도 못하면서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빵을 골라 계산대로 가져갔다. 종업원이 그 빵을 보더니 뭐라고 말했다. 뻐끔뻐끔 대는데... 미안하게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음악 소리를 줄이고 귀에서 이어폰 빼는 걸 수십 번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왔는데 어느 날은 그런 노래가 지겹더라. 제대로 듣지 않고 흘려보내고 있는 노래가,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플레이 리스트들이. 그래서 그날부터 이어폰을 갖고 다니지 않았다.



매번 있는 일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는 게 답답할 때... 대략 6개월에서 한 번씩 하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언니를 생각했다. 언니는 외부에서 이어폰을 꽂아 본 적이 없다. 지하철에선 잤고, 혼자 있을 땐 남자친구와 문자를 했고, 음악 대신 자동차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몸을 지켜야 했다. 그런 언니였어도 노래를 싫어한 건 아니다. 집에 오기만 하면 언니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모두 노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동생이 커 갈 때쯤, 보통의 남동생은 누나들의 방에 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남동생은 누나들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 셋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여러 곡으로 이어졌다. 그 노래는 언니가 결혼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결혼을 하고 난 언니가 첫 아기를 가졌을 때 난 충격을 받았다. 언니가 유모차를 밀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조카가 하는 이야기를 다 알아듣는 것이었다, 옆에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나는 안 들렸다. 그런데 언니는 들렸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내 귀가 안 좋은 탓은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2주도 못 가 이어폰을 가방에 넣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가방에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았다. 이어폰이 없으면 책을 들었고, 종이책이 없으면 전자책, 전자책마저 없으면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지루하기보다 쉬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진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집에서만 듣는 음악은 귀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다고 해서 매일 듣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다 한번 들었다. 그러니 한번 들을 때 음악이 신선하고, 듣지 못할 땐 입에서 흥얼거리며 흘러나오게 되었다. 흥얼거리며 흘러나온 노래들은 의외의 곡이었다. 며칠 전에는 '별 헤는 밤'이라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복사하다가 '별 헤는 밤이면'으로 시작하는, 박정현의 <그대 내 품에>를 한참이나 흥얼거렸다. 가사가 같다고 떠오를 수가 있나. 한참 흥얼거린 만큼 집에서 듣고 또 들었다. 이 글을 쓰며 또 들어야지 생각한다. 그대 내 품에...



흥얼거린 노래 그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일 거다. 가슴에 있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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