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olpit Aug 30. 2021

호흡

우리에게 귀중한 것은 무엇일까?

  A형 간염 항체가 없다고 건강 검진에 나와 오늘 주사를 맞으러 갔다. 팔에 주사를 놓고 하는 의사의 말이 "아파요?"였다. 그제야 웃음이 나면서 백신보다 더 아팠다고 답했다. 백신은 맞고 나서가 한참 아프더니 이건 맞는 순간만 아프네. 아파...

  주사를 맞고 학원에 오니 실장님께서 영어 선생님께 호흡이 안 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병원에 가 진단받은 내용은, 과호흡이었다. 나는 텔레비전에서 얼핏 들은 말로 "과호흡이면 심리적으로 그렇다는데요, 공황장애처럼."라고 말했더니 그거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장님께서는 수술 이후에 집에 가면 과호흡으로 호흡이 안 되는 문제가 생겼단다. 학원에 와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집이 아닌 밖으로 나가면 안 쉬어졌던 숨이 쉬어진다고 했다. 그 얘길 듣던 영어 선생님이 자기도 그 병으로 인해 약 먹은 적이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놨다. 학생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수업만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지고 그 문제로 인해 지하철에서 세 번씩 내렸다고 말이다.
  아직 호흡이 안 되는 문제를 겪어보지 않은 나는, 두 사람의 말이 무서웠다. 나이가 들면 저런 상황도 맞닥뜨리는 걸까? 경험이... 무섭다.

  그러나 하루를 매번 무서워할 순 없다. 웃기도 해야지. 오늘 학생에게 "출근하다가 하늘을 봤어. 그랬더니 감성적이라는 말이 돌아오더라고. 그게 의외인가? 딱 봐도 문과생이잖아!" 하고 말하면서 "나는 그날 '지겹다' 하면서 하늘을 본 건데... 너네, 지루하니?" 물었다. 그러자 대답이 들려왔다. "저... 저는... 선생님이 있으니까 지루하지 않아요..."
  그에 난 깔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책 안 가져온 민망함을 풀어버리려고 이런 말까지 하다니, 으아"  좀 오글거려서 팔을 쓰다듬기도 했다. 그랬더니 학생도 자신의 의도가 들킨 게 민망한지 크게 웃었다.

  그때의 우리 '호흡'은 어땠나? 깔깔거리며 웃던 호흡이 끝없이 좋았다.

  A형 간염 주사 맞은 거 별 거 아니다.
  호흡이 안 되는 것보단.
  호흡이 안 되는 거 별 거 아니다.
  너랑 나랑 깔깔거리며 웃는 것, 그게 진짜 추억이 될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지루함과 지겨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