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지루할까 지겨울까? 그렇다면 나는...?
강사답다. 오전에 일찍 일어나도 힘이 안 나고 축 처지는데 밤이 되면 말소리, 오른 팔과 다리, 웃음이 달라진다. 기운차다. 예전에 이런 것이 오전에 사람을 못 본 탓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직업을 가지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지금은 원인을 생각하지 않는다. 달라질 수 있다면 다르게 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 나에게 웃음 주는 것들을 반기며 살 테다. 아이들을 반기며 수업을 반기며.
하늘을 바라보며 출근했다. 둥둥 떠가는 구름은 여름보다 더 멀어졌고 나는 여름과 마찬가지로 그대로다. 어제와 다른 건 뭘까. 저번 주와 다른 건? 그렇게 생각하니 쓸데없이 나이만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이들의 웃음이 들렸다. 하교 시간. 교복 입고 친구와 두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무리를 발견했고 난 그중 한 아이에게 인사를 받았다. '친구와 있으면 저런 표정이 되는구나.' 아이의 비밀을 안 듯 은밀해지다가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쟤들은 하루하루가 지겹고 지루할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너희들은 하루하루가 재밌니? 아니면 지겹고 지루하니?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니 재미없을 것 같았다. 나처럼 어제와 다른 나는 뭘까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그런데 대답은 두 가지로 나왔다. 친구가 없어서 재미없다와 그저 그렇다. 친구가 없어서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저 그렇다는 답은...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예전에도 어제와 다른 나는 뭘까 하면서 고민을 했던가. 생각이 많은 소심한 아이였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은 안 했던 듯싶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갔을 뿐 끝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았고 지루하다를 생각했지만 지겹다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루하다와 지겹다는 다르다. 지루하다는 현재 상황을 바꿀 생각 없이 감정을 읊는 것이라면 지겹다는 현재 상황을 바꿀 생각도 염두에 둔 채 버티기만 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바꿀 생각이 있다, 지금의 나는. 학생들처럼 학원과 집을 오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