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만족한다 자신감이 샘솟네~
마지막 수업에 학원 아이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이상적인 하관을 가졌네요!"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었다.
"이상하다고?"
"아니요. 이상적인 하관."
하관에 대한 지적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이상적인 하관이라는 건 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눈과 마스크를 잠시 벗은 나의 하관이 썩 잘 어울린단다.(커피를 마실 때 마스크를 내렸다가 올렸는데 그때 잠깐 봤단다.) 퇴근 후 집에 와 세수를 하고서는 내 하관을 쳐다본다. 적당한 크기의 눈과 하관이 잘 어울리는가? 안 어울리진 않는 조화로운 얼굴이다. 길어서 그렇지. 눈이 큰데 입은 왜 저래,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니까.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말을 했는지, 학생들은 내 하관에 관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마스크의 최대 피해자라는 둥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더 낫다는 둥. 그중에서 인상 깊은 이야기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대개 실망했다는 이야기다. 아마 이런 걸 거다. 눈은 커서 입도 예쁘겠지 했는데 아닌 경우.
나 역시도 있다. 마스크 쓰기 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한 여자를 봤다. 눈도 크고, 몸도 날씬해서 꼭 인형 같았다. 저 여자는 부러울 게 없겠다 생각하며 곁을 지나치는데, 그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남자친구와 하는 전화였는데, 목소리가 모든 것들을 깨부쉈다. 너무나 높은 톤에 조금은 가벼운 말투. 그것들이 얼굴의 진중함과 아름다움을 무참히 부쉈다. 조금 더 낮은 목소리 톤에 진지한 말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했던 적이 있었다.
난 내 외모에 불만이 없다. 그래서 조화롭다고 생각한다. 하관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심지어 말투도. 살이 쪄서 그것이 가끔은 고민이긴 하지만 그것도 책에 나온 한 구절처럼 뚱뚱하면 뚱뚱한 친구랑 놀지 뭐~ 하며 지혜롭게 이기고 있다.
학생들 덕에 내 외모에 불만이 없을 뿐 아니라 외모에 만족하고 있단 생각을 하게 됐다.
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