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이태원 말고 아이태원
이태원은 영어로 Itaewon이라 표기한다. 하지만 첫 알파벳 I를 '이'가 아닌 '아이', '아이태원'으로 읽는 게스트들이 많았다. 아이태원으로 가려면 이태원으로 가면 된다는 나의 말에 늘 불안한 눈빛을 한 게스트와의 대화는 이러했다.
“아이태원은 어떻게 가?”
“아! 이태원은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가면 돼.”
“아니..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었나 본데, 이태원 말고 난 아이태원이 가고 싶다니까?”
"아..?"
그들의 서울에는 이태원과 아이태원이란 두 개의 동네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지하철역 영어 안내 방송도 조금 엉뚱하다. 을지로 3가를 안내하는 영어 방송은 당연히 을지로 Three가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을지로 sam가였으며, 영어로 발음을 굴려아 할 단어는 마음껏 굴리고 숫자는 우리 말로 소리나는 대로 살려 읽는 패턴은 숫자가 포함된 모든 역에 적용된다. 그래서 게스트가 예상치 못한 역 이름에 당황하지 않도록 어린아이를 가르치듯 정확한 숫자를 손가락으로 펴 보이며 number three를 강조했었다. 꼭 three가 아닌 sam가에서 잘 내려야 한다며 말이다.
그래서 게스트가 종로나 을지로로 간다는 날이면 괜히 컨시어지가 더 불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과연 il가, e가, sam가, sa가, o가를 헷갈리지 않고 원하는 곳에 잘 도착했는지 컨시어지는 늘 안절부절이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