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7 너무 미숙한 나에 대해
2025.10.17. 금 9:05
오늘도 9시가 넘어서 일어나 버렸다. 이사 오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내 방에 암막커튼을 설치한 것이다. 내 수면습관이 엉망이어서 혹시나 새벽에 잠들어버리면 아침 햇살에 일찍 잠이 깰 때는 네 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날도 더러 생겼기 때문이다. 암막 커튼을 치고 난 이후에는 7시간씩 제대로 자니까 다행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오늘 끔벅끔벅 잠에서 덜 깬 채로 생각해 본다.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 브런치 스토리에 떡볶이 원정대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내가 왜 떡볶이를 좋아하게 됐고, 어떤 떡볶이를 먹었고, 떡볶이를 통해 어떤 여행을 했는지 쓰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행이라면 아마 재작년부터 혼자 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도 쓰고 싶다. 혼자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땐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작년 한 번 그 맛을 들이기 시작하니 그다음부턴 누구와 함께 여행 간다는 게 막 귀찮을 때가 많았다. 특히 친구들과 여행 가는 것은 더 그랬다.
오랫동안 나의 불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친구'. 나는 내가 친구를 굉장히 아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 왜냐하면 공들인 관계가 너무 쉽게 깨져버리는 상황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탑에 어떤 빈틈이 있어서 순식간에 전부 무너지고 말았을까? 그 결함을 발견했을 때 회피만 하다가 결국 무너지는 것을 제삼자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아주 옛날부터 했던 생각은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 얘길 써야지, 저 얘길 써야지 맨날 고민하는데 결국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게 모닝페이지의 신비함 같다. 친구 얘길 쓸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내 의식의 흐름이란.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친구가 내 곁을 떠났다. 학생 때는 내 자존심과 이기심 때문에 친구를 떠나보낸 적이 많았는데, 성인이 된 후엔 그렇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 관계를 지키려고. 그런데 결국 누군가는 내 연락을 하루아침에 받지 않고 누군가는 나와 사이가 멀어진 사람과 조금 더 밀접하다는 이유로 어느샌가 나를 지워버리기도 했다. 처음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땐 회피하고 싶어서 SNS 친구 관계를 비겁하게 끊어버려서 내가 정말 이 친구 사이를 끊는다는 듯이 군 적도 있었다. 나이가 먹고 나선 갑자기 나와 관계를 끊어버린 친구에게 계속해서 지겨울 정도로 연락을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아무런 대답도 받지 못했다.
특히 이런 친구 관계는 내 멋대로 되는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인생이 제멋대로 내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안 되는 것이라지만 이렇게 뜻하지 않은 순간을 만날 때마다 나는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그 자체로 참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결국 원망하는 것은 나 스스로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언가 잘못을 해서 그렇구나, 아 이런 것은 실수였구나.
내가 했던 실수들을 알아챌 때마다 괴로운데, 그 실수가 항상 꿈에도 나와서 나를 더 괴롭힌다. '이런 실수를 왜 했냐'는 원망 같은 거다. 이 와중에 어제 매운 쭈꾸미를 먹어서 배가 아프다. 화장실에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직 졸려서 무슨 말을 쓰는지. 좌우지간 이 실수라는 건 항상 나를 괴롭게 한다. 사회생활에서도 내가 했던 실수로 인해 일을 그르칠 때, 누군가 나에게 등을 돌릴 때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때론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으로 내 마음을 위로하기도 했다.
난 아직 어른이 아닌가 보다. 매번 비난할 누군가를 찾고, 탓할 상대를 찾고. 물론 탓하기 가장 쉬운 상대는 언제나 부모님이었고, 연인이었고, 나 자신이었다. 비겁하다. 가장 가깝고 가장 날 사랑해 줘서 가장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탓했다. 사랑해줘야 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나는 늘 생각했다. 내 마음의 크기가 간장종지 같다고. 어제 엄마가 주문한 엄청나게 큰 유리 화채그릇 같은 포용감을 가진 어른들은 어떤 성장 배경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가끔은 따라 해보고 싶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 포용하는 어른, 인정하는 어른, 받아들이는 어른, 반대로 말하지 않는 어른.
조금씩 연습하면 될 수 있을까? 가끔은 너무나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만 그냥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였다고 받아들여볼까? 알량한 자존심, 버려볼까? 배우는 자존심이 무너지면 안 된다던데. 일단 버려볼까? 오늘 아침엔 여러 고민이 나를 휘감는다. 당장 해결해야 할 관계도 없는데 그냥 떠나간 인연들에 미련이 남아 그렇다. 우리가 여전히 좋은 친구였을 수 있었을 텐데. 좋은 것을 함께 보고 먹고 웃고 떠들 수 있었을 텐데. 우리가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해. 미안합니다.
글로나마 불쑥불쑥 나를 괴롭히는 마음을 털어내고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그 명제가 참임을 밝히기 위해 살아야 한다. 이 이기적인 삶. 아직 어른이 못 된 삶. 오늘은 탑의 결함이 보이면 시멘트든 실리콘이든 뭐가 됐든 알맞은 재료로 꼭 메꿔야지 작은 다짐을 하며. 일단 화장실에 가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연습실에 간다. 한국어 수업도 한다. 아, 다음엔 한국어 수업에서 만난 인연에 대해 글로 써보고 싶다.
이제 잠이 다 깼다. 모닝페이지도 안녕.
오늘도 내 주절거림을 받아줘서 고마워.
이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께도 아침의 몽롱함으로 가득 찬 감정의 덩어리를 만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른에 한 발자국 가까워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