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6 의식의 흐름대로 가버린 글
2025.10.16. 목 8:06
아이 이런 젠장! 아침부터 아빠가 집안의 오물을 다 집 밖으로 내보낼 생각인가 보다. 아무도 나의 잠을 방해하지 말란 의미에서 방문을 꼭 닫고 잤는데, 벌컥 열리는 문 소리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쓰레기통을 탈탈 비우더니 나갔다. 물론 사실 그전부터 잠이 조금씩 깨는 중이었다. 진짜 웃긴 게 어제부터 모닝페이지를 써야지,라고 생각하다 보니 완전히 잠이 깨기 전부터 모닝페이지에 대한 꿈을 꿨다. 사실 꿈에 좋은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또 잊어버렸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인용하고 싶었다. (모닝페이지에서...?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타의로 인해 깨는 기분은 영 별로다. 어렸을 적에 주말만 되면 갑자기 밝아지는 방과 함께 침입하는 청소기의 소음이 정말 너무 싫었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는 까닭에 주말, 특히 토요일은 공식적으로 청소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주말 아침 단잠을 깨우는 청소 소리는 나이를 먹은 지금도 나를 까무러치게 한다. 그렇다면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을까? 낳는다면 절대 토요일 아침에 청소하지는 말아야지. 그렇다면 언제 해야 하지? 그때도 내가 프리랜서일까? 집이 비었을 때 해야 할까? 그렇다면 나 혼자 해야 하잖아! 안 되겠다. 토요일 아침에 해야겠다. 하품을 쩍쩍하며 언제 청소를 할지 고민하는 아침이란. 사실 매일 해야 하는 게 청소인가.
대학생 때 그나마 좀 알뜰하게 살아보겠다고 학교 후문 근처 허름한 동네에서도 가장 낡아빠진 주택에서 동아리 동기와 둘이 자취를 했었다. 나는 청소 개념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이었는데, 친구는 거의 서장훈급의 결벽을 가졌었다. 나는 처음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이었는데, 그 룸메이트가 매일 화장실 대청소를 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진짜 말 그대로 기겁했다. '어떻게 화장실 청소를 매일 해...?' 그 친구와의 동거는 항상 공포였다. 왜 나는 청소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는 거냐. 왜 이렇게 청소하기를 싫어하는 걸까. 한 번 싹 치우고도 결국 금방 내 방은 어질러져버린다. 청소가 어렵다. 늘 방이 깨끗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지만, 생각해 보면 깨끗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젠장. 오늘은 내가 청소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 정말 의외인걸. 내 무의식에는 어쩌면 청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도, (아냐 사실 부자가 되고 싶은 걸지도?) 그러니까 건물주가 되어야 한다든지 워런버핏처럼 세계 제일가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든지 그런 꿈은 일절 없지만 늘 '어떤 집'에 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요즘 내 취미는 집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는 일이다. 남들 다 사는 집 말고 '나만의 집'을 꾸려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걸 좋아한다. 나도 늘 서까래가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었고 마루가 넓은 집에서 살고 싶었고 (그런데 서울이면 좋겠고)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비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바람이 불면 바람 소리가 들리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왜 과거형이냐? 어제 이(李) 대통령이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하필이면, 하필이면! 2026년 내 집마련을 해야겠다, 강하게 다짐한 나에게 왜 똥물을 뿌리냐 이거다. 이번 주부터 우리 커플은 임장 데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단 말이다. 나는 98년생인데, 운이 좋게(?) 대통령 선거를 세 번 경험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급히 새롭게 치른 선거 때문에 98년 5월 10일생까지 만으로 선거 연령이 제한되었는데, 내가 마침 98년 5월 10일 생이다. 인생 최대 운을 대통령 선거에 썼으니 그때 복권을 샀어야 하나 싶다. 좌우지간에 아직 세 번째 대통령을 뽑고 난 후 지금 드는 생각은 어떤 대통령을 뽑아봤자 내 맘에 드는 대통령은 없구나 하는 거다. 나를 위한 세상은 없구나. 나는 돈이 없는 20대 여성.
어지럽도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대통령을 뽑지만 그 사람은 잘못을 하고, 뽑아주면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난 두 회차의 탄핵 시위의 뜨거움을 온몸으로 맛보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새로이 생긴 이 세상이 결코 유토피아는 아니지. 나는 어디로 도망치고 있는 중인가? 오늘은 2025년 10월 16일. 이제 집값이 또 미친 듯이 오를 거라던데, 대출도 적게 해 줄 거라던데. 내 집은 어디려나. 하지만 집을 살 거야! 집을 사고 말 거라고! 언젠가.. 언젠가, 내 집을 사고 말테야.
일단 오늘은. 가족들과 아침을 먹고. 오디션 연습을 하고, 레슨 복습을 할 거다. 책을 마저 읽을 거고, 중국어 영어 공부를 해야지. 할머니가 날 위해 뜨고 있는 목도리를 목에 둘러봐야지. 달리기를 해야지.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들어와 샤워하고 시원하게 팩을 해야지. 저녁엔 친구들과 맛있는 쭈꾸미를 먹어야지.
아, 나를 위한 세상은 나에게 있구나. 우리집에 있고 내 주변에 있구나.
오케이. 오늘도 살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