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지를 해야지

하고싶은 것이 마구마구 떠오르는 오늘 아침

by 엄달님

2025.10.22. 수 8:53


지난번에 10Km 마라톤을 처음으로 뛰고 무릎이 나갔다. 간단하게 걸을 때마저도 삐걱거리면서 무릎이 너무 아프다. 당시에 최대로 5.5Km 밖에 뛰어보지 못 한 상태였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뛰었다. 그런데 근력이 부족한 상태로 오기로 달린 것이 화근이다. 그런데 근력이 약하다면 평소에 간단하게 달리기 연습을 하거나 하물며 걷는 것 자체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걷는 자세도 무척 중요하고. 노트북을 열 때까지만 해도 운동 생각은 전혀 나질 않았는데, 글을 시작하니 갑자기 운동 생각이 난다.


나는 체형이 상체가 길고 하체가 짧아서 의자에 앉을 때나 걸을 때나 살짝씩 불편함을 느낀다. 발이 언제나 동동 뜨고 하체는 고정이 잘 안 되어있는데, 상체는 너무 길어서 나부끼니 앉거나 걷거나 중심이 잘 안 잡히는 느낌이다. 혈액순환도 안 되는 편이고 하중에 무게가 많이 실리니까 하체는 언제나 부어있고 두껍다. 원래는 하체만 비대했는데, 요즘엔 식단과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하지 않으니 혈액순환이 안 되는 곳 위주들로 해서 지방이 너무 불어났다. 원래도 근력이 약한 지방형 몸인데 이런. 팔에 날개가 달려서 곧 날아갈 것 같다.


정말 오랜 시간동안 내 몸을 혐오하고 미워했다. 내 체형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모닝페이지를 쓰려고 하니 내 스스로만큼은 나를 많이 사랑해줘야겠어서 더이상은 미워하지 않기로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니. 일단 이런 체형으로 타고난 것을. 영원히 바꿀 수 없는 것에, 내가 가지지 못 한 것에 집착하며 살지 말자. 미워하면서 살다 보면 끝이 없는 것 같기도.. 이상하게도 모닝페이지를 쓸 때면 찌질한 모습과 보통 많이 마주한다. 미워하는 마음, 싫어하는 거, 슬픔, 불안함, 좌절, 뭐 그런 거.. 그런데 아, 이제 지겹다. 자기 연민하기도 싫고 막 속상한 척 하기도 싫고. 오늘 아침에는 그렇다.


내가 뭐가 불쌍해 정말 어이가 없네. 돈을 못 벌고 있다면 지금 그만큼 노력하고 있지 않는 거겠지. 당장 오디션 추천을 받았을 때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겠지. 어렵지 않잖아 당장이고 시작하는 거. 갑자기 정신과 약을 한 알 먹은 것처럼 말끔한 정신상태가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이지. 왜 간혹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침대에 가만히 누워만 있다가 귀신처럼 벌떡 일어나서 미친듯이 방을 청소하는 그런 때. 절실하게 갑자기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거나 반드시 이것은 해야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정신없이 하게 되는 그런 때.


나는 지금 모닝페이지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 샤워가 너무 하고싶다. 커튼을 치고싶다. 오늘이 모닝페이지 며칠째지, 8일짼데 그동안은 내 맘 깊숙한 곳을 좀 들여다봤다면 오늘은 그러고 싶지도 않고 어서 샤워하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깊은 고민 따위는 하고 싶지도 않고 이상하게 오늘은 건강한 음식이 먹고 싶다. 어제 엄마가 떡국 해먹자는 걸 거부했다. 아침부터 과도하게 정제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구. 특히 떡 이런거, 그런 거 먹으면 안 된다니까요.


런지를 해야지. 다시 달리고 싶다면 런지를 해야지. 오늘 일어나자마자 느껴지는 공기의 온도가 무척이나 싸늘하다. 창문 한 겹을 안 닫고 잤나. 왼 쪽 팔에 바람이 스치고 싸늘한 것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바로 느껴진다. 계절이 변화하고 있다. 이럴 때마다 새로 시작하고 싶어진다. 아직까지는 사계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지구야 더이상 아프지 않으면 안 될까, 내가 잘 할게. 계절이 줄어들면 내가 각성하는 순간도 줄어들게 된단 말이다. 그럼 너무 게을러질 것 같아서. 어차피 추워지면 춥다는 핑계로 달리기를 소홀히 할 것 같으니 그 시간에 런지를 하자. 여성들이 달리기 할 때 무릎이나 몸이 망가지는 이유가 근력이 부족해서... 라는 것은 앞에 쓴 것 같은데 아무튼. 그 근력 보충에 좋은 운동이 런지라고 하니까 오늘부터 엄마를 데리고 런지를 해야지. 왜 엄마를 끼워넣나면, 운동 부족인 엄마가 오래 살면 좋겠으니까.


아 그런데 이런. 갑자기 떡국 냄새가 난다. 오늘 아침 메뉴는 떡국이다. 그렇다면.. 먹어야지 뭐. 런지를 더 해야지. 오늘은 충동적으로 할 것들이 마구마구 생각나서 빨리 모닝페이지를 마치고 싶다. 5분만에 후딱 씻고 아홉시 반엔 한국어 수업을 한다. 내가 배우로서 구직 상태가 끝나지 않을 때 그래도 경제활동을 한다, 외화를 번다고 자존감을 지켜주는 고마운 부업이다. 외국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일이다. 한국어 수업을 하고나선 밥을 먹고 산부인과에 가야지. 당근마켓으로 고프로를 알아보고 돌아와선 내일 떠날 채비를 해야지.


그리고 런지를 해야지.

무언가 하고싶은 것들이 있다니, 공기만큼 상쾌한 아침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2018 파주의 나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