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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플 Dec 30. 2020

휴가 중, 글을 쓰고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 집에서 여행하기

올해 초 3월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권을 구입하고 호텔을 예약해둔 상태였다. 해마다 3월에 열리는 그 콘퍼런스는 가끔 캐나다에서 열리기도 했지만 대개는 미국의 대도시에서 열렸고,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남는 도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시카고, 필라델피아, 워싱턴 디시를 그렇게 가보았고 올해는 보스턴이어서 콘퍼런스 끝나고 일주일 휴가를 내어 하버드 대학교와 보스턴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요즘에 비하면, 3월의 상황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막 시작되던 때라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패닉에 가까웠다. 미국과의 국경도 막혔고, 콘퍼런스는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비행기와 호텔 예약을 취소했다. 곧이어 재택근무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스턴 여행을 취소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 올해 가려고 계획했던 여행은 가지 못하게 되었고, 여행을 취소하면서 휴가도 취소하여 쓰지 못하고 남아 있는 휴가를 올해가 가기 전에 써야 해서 12월 거의 한 달 휴가를 받았다.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보내야 하는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다가 여행을 가는 대신 지금까지 갔던 여행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여행이나 트레킹을 다니면서 틈틈이 써놓았던 일기를 정리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여행하던 그때를 되돌이켜 보면 그것 또한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여행할 때 조그만 수첩에 끄적여 놓은 일기가 있다. 여행지의 숙소에서 잠시 쉬는 카페에서 틈틈이 써놓은 그 글들은 지나치게 감상적일 때도 있었고, 문장도 비문이 난무하고 급하게 휘갈겨 써놓은 글씨는 내 글씨임에도 읽기 어려운 것도 많았지만, 읽고 있으면 그때 그 장소가 다시 떠올랐다. 내 글을 읽으면서 컴퓨터로 입력하고 글로 다듬어가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었다.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쓴 글을 내 컴퓨터에 저장해두기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올려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보고 싶었다. 남들에게 읽힐 것을 염두에 두고 쓰고 있으면 글쓰기에 좀 더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글을 읽어보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는가? 


페이스북이 있지만, 긴 글을 올리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고, 개인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살펴보니, 티스토리는 내 취향이 아니어서 잘 읽지 않지만 브런치에 올라오는 여행기는 가끔 읽어보는데 레이아웃이 깔끔했고 읽기가 편했다. 그래서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브런치를 선택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려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소개글을 작성하고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써놓은 글을 첨부해서 작가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은 쓰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산행기를 쓰기 시작했다. 트레킹 정보를 확인하느라 가이드북도 꺼내오고 인터넷도 뒤적였다. 


글을 열 편 정도 써놓고 브런치 계정을 오픈하고, 그동안 써놓은 글을 작가의 서랍으로 옮겼다. 제목 배경으로 사진을 넣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글과 관련된 사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올해 초에 사진 파일들을 정리해서 구글 드라이브에 올렸었다. 캐나다에 온 후에 찍은 사진들이 디지털카메라 플래시 드라이브, 시디, 하드 드라이브와 컴퓨터 등 여러 곳에 저장되어 있었고, 셀폰에서 백업된 사진들도 구글 드라이브에 정리가 안된 채로 있었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진을 모두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하고, 모든 사진을 이벤트 별로 폴더를 만들어 옮겨두었다.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사진들이 많아서 한 달 넘게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렇게 정리해 놓은 사진이 브런치에 사진을 올리는데 꽤 유용했다. 


일을 할 때는 일하는 시간이 끝나면 바로 컴퓨터를 꺼버리는데, 휴가 중에 일할 때보다 더 길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일기를 옮기다가 지도로 그 장소를 찾아보고, 가이드 북을 뒤적이고, 그때 찍은 사진들을 훑어본다. 다시 그 시간, 그 장소로 여행하는 시간이 즐겁다. 


브런치 작가에 신청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지만, 신청해서 안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아직은 글들을 손을 좀 더 보아야 할 것 같아서 작가 신청은 하지 않았다. 언젠가 신청은 해보겠지만, 지금은 오로지 나 혼자 신나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  


(이들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기 전에 써둔 글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기념으로 올려봅니다.)



#팬데믹#여행#브런치 작가#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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