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플 Dec 31. 2020

생일, 스타벅스에서 공짜 커피를 마시며

언제가 내 생일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스타벅스 Starbucks의 빅팬은 아니지만, 밴쿠버에 워낙 스타벅스가 많다 보니 자주 이용하게 된다. 얼마 전에 기프트 카드가 생겨서 스타벅스 앱을 사용하게 됐다. 앱을 사용하면, 포인트도 받을 수 있고, 적립된 포인트로 가끔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왜 진작부터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얼리 어답터'는 아니라도 보통은 돼야 할 텐데 남들 뒤꽁무니를 겨우 따라가고 있다.


지난주에 스타벅스에서 이멜이 왔다. 


“너 생일이네! 축하해! 네 생일날에 음료 한 잔은 공짜로 줄게.” 


생일 리워드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적립된 포인트를 쓸 때도 비싼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 스타벅스의 내 최애 메뉴는 ‘오늘의 커피 Day of coffee’ 다. 라테 대신 오늘의 커피에 우유를 듬뿍 넣어 마시고, 아주 가끔 메이플 시럽을 추가한 캐러멜 마키야토나, 얼음 위에 더블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서 우유를 부어 마시는 실리추구형 소비자다. 


이번 기회에 '최애 커피'는 잠시 옆으로 밀어 놓고, 제일 비싼 걸 마셔보기로 했다. "뭘 마실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프라파치노가 가장 비싸지만, 여름에도 안 마시는데 겨울에 마실 일은 더더욱 없고, 스벅의 인기 메뉴라고 하는 스파이스 펌킨 라테를 골랐다.


드디어 공식적으로 생일날 아침, 앱을 열고 스타이스 펌킨 라테를 밴티 사이즈, 에스프레소 샷 추가, 시나몬 돌체 시럽 추가해서 주문하니 7불이 넘는다. 생일 리워드를 사용하자 0원이 되었다. 주문을 마치고, 근처 스타벅스까지 걸어가서 픽업했다. 커피맛이 시나몬 맛에 묻혀 버리는 거 같긴 했지만, 커피도 진했고, 밴티 사이즈라 다 마시고 나도 섭섭하지 않았다. 새로운 메뉴를 공짜로 맛봐서 기분이 괜찮았다. 내년에는 새로운 조합으로 더 높은 가격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욕이 뿜 뿜 쏫았다.

Coffee I ordered. Vanti Punkim Latte

나는 생일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지리산 산골 마을에서 한겨울에 태어났는데, 한겨울이라 교통편이 안 좋아서 그랬던지 출생신고가 늦어지는 바람에 한국의 모든 공식 문서 상의 내 출생일은 태어난 날짜와 상관없는 날짜이다. 한국 사람이 대개 그렇듯 한국에 살 때는 음력 생일을 쇴기 때문에 문서상의 생일은 주민번호에나 필요한 숫자였을 뿐이었다. 생일은 12월 안에서 왔다 갔다 했고, 어떤 해는 크리스마스와 생일이 겹쳤던 적도 있었다. 

  

캐나다로 이주한 후에도 처음에는 음력 날짜로 내 생일을 챙겼다. 여기 달력은 음력이 나오지 않아서, 음력 날짜 알려면 인터넷에서 찾아봐야 했다. 여기서 생일이 언제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사람에게는 음력 생일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음력 풍습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올해는 며칠이지만...” 하면서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렇게 몇 년 살다가 점점 귀찮아져서 양력 생일을 갖기로 했다. 음력 생일로 내가 태어난 해의 양력 날짜를 찾았다. 이제는 그 날짜를 생일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 생일은 지난 주였고, 직장동료들로부터, 친구들로부터, 또 페친들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도 받고, 생일 자축 미역국도 혼자 끓여 먹고 내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주민등록번호의 생일은 캐나다에서도 여전히 공식적으로 내 생일이다. 이민 온다고 서류상의 생일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게도 말이다. 그래서 내 생일이 아닌 것 같지만, 스타벅스가 내 생일이라고 생각하는 그 날에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땡큐 스타벅스! ”  


#캐나다 살이#생일#스타벅스#스파이스 펌킨 라테#

작가의 이전글 휴가 중, 글을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