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8. May 10 (트레킹 6일 차)
오늘은 3300미터의 Upper Pisang에서 3640미터에 있는 매낭 Manang까지 올라야 했다. 아침으로 마늘 수프와 볶음밥을 먹고 출발했다.
마을 나선 후에 산기슭을 따라 걸었고, 그 길이 끝나자 경사가 급한 오르막의 긴 언덕이 나타났다. 한 500미터는 되어 보였고, 길은 지그재그 스위치백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중간쯤에 포클레인이 길을 만들고 있었다. 새로 만드는 차도는 트레일보다 훨씬 많은 스위치백을 만들고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트레일은 길이 잘 다져져 있는데 비해 새로 만드는 차도는 아직 정비가 다 안된 상태였다.
트레커들은 트레일로 올라가고 있는데 가끔 트레일과 차도가 겹쳤다. 공사를 하는 구간에는 사람들이 못 들어오도록 길을 막고 우회로를 표시하는 안전장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런 표지도 세우지도 않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진입금지 싸인이 없어서인지 앞서 가던 에밀리가 공사를 하고 있는 차도로 들어섰다. 차도에서 포클레인 작업을 하는 곳을 지나가는데 돌이 막 떨어졌다. 다행히 사고 없이 지나갔지만, 순간 아찔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당연한 것이 다른 곳에서도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행자가 '너네는 왜 공사하면서 위험하니 진입하지 말라는 표지판 하나도 안 세우고 공사를 하냐?!'라고 불평할 수는 없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여행자 스스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언덕을 다 올라왔다고 생각할 즈음, 거짓말처럼 눈 앞에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초입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차를 마시며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안나푸르나의 산들을 올려다보았다. 킴이 가끔 봉우리 이름을 말해주었지만, 듣고 나면 까먹고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다. 캐나다 원주민들의 말만큼 난해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안나푸르나의 높은 봉우리는 안나푸르나 1,2,3,4 이런 이름이고, 그때 킴이 말해준 건 강가푸르나 Gangapurna, 틸초 Tllicho 뭐 이러 이름이었던 것 같다.
구름에 가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하늘 높이 독수리도 날아가고 배경처럼 펼쳐진 산의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다. 날마다 이 경치를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저 산을 볼지 궁금해졌다. 그냥 삶의 배경처럼 느껴질까?
차를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은 오르락내리락 하긴 했지만, 경사는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3000미터 위로 올라왔기 때문인지 오르막을 걸으면 숨이 차고 힘들었다.
Ngawal에 도착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점심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는데 두통이 시작되고 속도 안 좋아졌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반도 못 먹고 출발했다. 걷고 있는데 속에서 가스가 차오르고 토도 올라왔다. 펩토를 두 알 먹었다.
킴이 내 상태가 안 좋은 걸 보고 조금만 가면 나오는 Mugje에서 오늘 밤 자고 내일 매낭으로 가도 된다고 했지만, 매낭까지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가보다가 안되면 멈추기로 하고 계속 걸었다. 약 먹고 속은 좀 좋아졌지만, 오르막을 걷는 것은 힘들었다.
네 시 삼십 분, 드디어 매낭 Manang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두통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산병 증세가 오는 모양이었다. 킴은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물을 많이 마시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게 된다.
3000미터 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매낭에서는 이틀을 지내면서 고산에 적응해야 한다. 고산에 적응하기 위해서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매낭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들리는 마을 중에서는 큰 편이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게스트하우스는 허술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