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9. May 11(트레킹 7일 차)
고산 적응을 위해 매낭에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오전에는 마을 앞에 있는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까지 200미터 정도 올라갔다. 올라갈 때는 힘들었는데 올라가 보니 호수도 내려다 보이고 경치가 좋아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내려왔다.
매낭이 비교적 큰 마을이라 드디어 물통을 구입할 수 있었다. 날진 물통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플라스틱 물병은 사고 싶지 않아 알루미늄을 된 물통을 샀다. 캡 모자가 있지만, 올라오니까 기온도 내려가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보온용으로 털실로 뜬 귀가 덮이는 등산용 모자도 하나 구입했다.
지금까지 묵은 마을의 게스트하우스들은 강이 가까워서인지 물이 잘 나왔는데 매낭은 물이 귀했다. 마을까지 연료를 가져오기 힘들기 때문인지 태양열로 물을 데워서 사용해서 뜨거운 물도 귀했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 것이 고산증에 안 좋다고 되도록 샤워를 하지 말라고도 했지만, 소롱 라 Throng La 패스를 지나기 전까지 샤워를 할 수 없을 거라, 샤워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낮에 태양열로 물을 데워 오후나 되어야 따뜻한 물을 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오후에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보니 따뜻한 물도 찬물도 조금 나오다 끊겼다. 수압이 약해서인 거 같았다. 삼층에 있는 화장실로 올라가서 물을 틀어보니 이층 보다 잘 나오긴 온수는 미지근해서 샤워는 못할 거 같았다.
화장실에 있는 가스 온수기가 있었는데 돈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샤워를 하고 나중에 돈을 냈다. 가스 온수기에서 나오는 물도 끝까지 따뜻하게 나오지 않고 차츰 온도가 떨어졌다.
역시 샤워는 안 좋은 것인지 체기가 생겨 펩토를 두 알을 또 먹었다.
오후 3시에 HRA (Himalayan Rescue Association)에 가서 고산증 교육을 받았다. 강사는 미국 사람으로 그곳에서 봉사를 한다고 했다.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교육 참석자들의 심박수와 산소포화도를 체크해 주었다. 산소포화도는 73이 나왔는데 썩 좋은 수치는 아니라고 했다. 두통이 있다고 했더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 같다면서 다른 증세가 나타나면 의사를 만나보라고 했다.
뜨겁지 않은 물로 샤워를 한 탓인지 한기가 들어서 에드빌을 한 알 먹었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 것이 고산증세에 안 좋다고 하니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서 고산증세는 더 심해지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았다. 고산증 약도 반알을 먹고 물도 많이 마셨다. 부작용이 이뇨 작용이 심해지는 것이라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물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