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11. May 13 (트레킹 9일 차)
오늘은 4925미터에 있는 하이 캠프 High Camp까지 천 미터 가까이 올라가야 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Yak Kharka마을인지 Ledar마을인지 알지 못한 채, 게스트하우스를 떠났다. 4450미터의 Thorung Phedi 마을까지 올라가는 길은 길어서 그렇지 오르막 경사는 심하지 않아서 걸을만했다.
Thorung Phedi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하이 캠프로 향했다. 오르막이라 힘들었다. 킴, 디와와 애니타는 모두 무거운 배낭을 메고도 잘도 올라 가는데, 에밀리와 나는 죽을 지경이었다. 에밀리는 토한 모양이었고, 킴이 처지는 에밀리를 보살피며 뒤에서 올라왔다.
하이 캠프 게스트하우스는 돌로 지은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의 긴 건물로, 언덕 위에서 홀로 서서 아래로부터 불어 올라오는 바람을 모두 맞고 서 있었다. 그 건물에는 게스트룸만 쭉 이어져 있고, 다이닝룸은 아랫 편에 있는 다른 건물에 있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이불이 있는데 이불이 습기를 먹어서 눅눅했다.
에밀리는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렸다. 에밀리가 방에서 쉬는 동안, 식당이 있는 다른 건물로 건너갔다. 그 건물에는 식당 앞에 조그만 가게도 붙어 있었다. 다이닝룸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햇볕 바라기를 하면서 졸았다.
전 마을에서 점심을 먹을 때 본 할아버지가 혼자 들어왔다. 대부분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은 가이드와 포터를 데리고 다닐 뿐 아니라 그룹으로 움직였다. 가이드와 포터 없이 트레킹을 하는 젊은 트레커들은 자기네들끼리 뭉쳐서 그룹을 이루었다. 가이드와 일행이 둘 뿐인 건 그 할아버지가 처음이어서 기억에 남았었다. 가만히 보니 일흔은 넘어 보였는데 여행도 많이 다니고 트레킹도 베테랑인 것처럼 보였다. 그 할아버지는 하나 남아 있던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맑은 날씨인데도 간간히 눈발이 날렸다. 쉬고 나온 에밀리와 다 같이 고산 적응 훈련으로 옆에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언덕 위에서 디와가 셀폰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음악을 틀고 춤을 추었다. 흥이 많은 친구다. 내려오는 동안, 갑자기 흐려지고 기온도 내려가서 추웠다.
게스트룸이 있는 건물은 직사각형의 통처럼 생겼고, 식당이 있는 건물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십자 모양이었다. 언덕을 내려와서 식당으로 들어가니 그곳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중국인 그룹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 소롱 라 패스를 넘기 위해 차를 타고 이 근처까지 올라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게스트룸이 춥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이닝룸에서 저녁시간을 보내려는 것 같았다. 안쪽에 난로가 있었지만 불은 지펴주지 않았다.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물통에 뜨거운 물을 채워 방으로 돌아왔다. 뜨거운 물이 든 물통을 슬리핑백 안에 넣고 자면 난로 역할을 해준다. 슬리핑백 위로 이불을 덮었는데 이불이 눅눅해 더 춥게 느껴져서 이불을 걷었다. 추운 밤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 자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