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걷다 2 12화

5416미터, 소롱 라 패스

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12. May 14 (트레킹 10일 차)

by 메이플

드디어 오늘 5416미터인 소롱 라 Thorgung La 패스를 넘었다.


고산증 약을 먹어서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을 세 번이나 갔다 왔다. 화장실이 방에 딸려 있지 않고 방과 방 사이에 있어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했다. 밖에 꽤 쌀쌀했기 때문에 일어나 다시 옷을 껴입고 랜턴을 챙겨서 나가야 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보니 막 둥근 모서리가 이울기 시작하는 달빛으로 휘어청 밝았다.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찬바람을 쇠고 들어와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네 시에 일어나 옷을 입고 가방을 꾸려 떠날 준비를 마쳤다. 아침을 먹으러 다이닝룸으로 내려가 보니, 패스를 넘기 위해 일찍 떠나려는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느라 북적이고 있었다. 다들 비슷한 시간에 떠나는 모양이었다.


다섯 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에 출발했다.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날이 밝아 왔다. 끼고 있던 헤드렌턴을 끄고 빼서 집어넣었다.


트레일에는 곳곳에 어제 내린 눈이 쌓여 있는 곳도 있고, 얼어 있는 곳도 있어서 미끄러워서 크람폰을 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지나갔다. 크람폰을 하지 않고 가던 디와가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서 머리를 부딪혔다. 이런 곳에서 부상을 입으면 큰일이겠다 싶어서 조심히 걸었다. 디와가 큰 배낭을 지고 가고 있었기 때문에 킴이 자기의 배낭을 디와의 배낭과 바꾸어 메고 걸었다. 디와는 머리가 아프다며 자주 쉬었다. 제발 크게 다친 것이 아니기를 빌었다.


하이 캠프가 4925미터에 있고 한참 왔으니까 5000미터는 넘은 것 같았다. 숨 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오늘은 오래 걸어야 해서 물도 많이 챙겼고, 킴이 계속 지고 오다가 오늘 아침 우리에게 준 크람폰도 얼음 위를 지날 때만 신고 벗어서 배낭이 넣었더니 평소보다 무거운 배낭 무게가 등짝을 찍어 누르는 것 같았다. 왼쪽 등 쪽이 심하게 당겨오는 것이 심장에 무리가 오는 것 같았다.


킴이 준 고산증 약을 먹고, 오늘 아침에는 비아그라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팔팔정도 하나 더 먹었는데 고산증에 별 효과는 없는 것 같았다. 열 걸음 가다 쉬고 열 걸음 걷기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올라갔다. 드디어 패스가 눈 앞에 나타났다. 패스는 금방 닿을 것 같았지만, 킴이 45분은 더 가야 한다고 했다. 평지처럼 보이는 완만한 오르막이었다. 밤에 쌓인 눈이 아침 햇볕에 녹으면서 질퍽거렸다. 미끄럽지는 않아서 크람폰을 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정말 힘들게 올라가서 겨우 패스에 도착했다.


다섯 시에 출발, 패스에는 여덟 시 반에 도착했다. 앞으로 5000미터보다 높은 곳은 올라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차도 마시고 간식도 먹고 나니 기운이 좀 났다.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기념사진은 찍어야 했다. 패스에는 온갖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패스에 도착한 사람들은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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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시부터 하산을 시작했다. 오늘 내려가야 할 길은 멀었다. 패스를 지나고 완만하던 내리막이 내려가면서 경사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도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편해서 애니타를 따라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Champarbnk에서 점심을 먹고 한 시간쯤 더 내려와 Muktinath 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은 4925미터에서 시작해서 5416미터까지 올라갔다가 3760미터까지 내려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 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기분 좋게 피곤하고 졸린 상태로 저녁 식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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