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걷다 2 13화

고트 떼를 만나고 야크 스테이크를 먹다

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13. May 15 (트레킹 11일 차)

by 메이플

Muktinath 마을을 출발해서 차도를 따라가면 오늘 묵을 Kegbeni까지 세 시간 정도면 도착하는데, 바쁠 것도 없고 해서 번잡한 차도를 피해 시간이 더 걸리는 옛날 트레일로 걷기로 했다.


마을 앞에 보이는 계곡을 건너서 반대편에 나있는 트레일로 걷기 시작했다. 작은 마을을 하나 지나고 도착한 다음 마을은 예전에 왕이 살았던 곳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왕이 살았지만, 지금은 사원으로 쓰이는 건물은 진흙으로 지어진 것이었다. 건물을 보면서 저기 살던 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얼마만큼 넓은 나라였는지 왕이 다스리는 국민은 몇 명쯤 되었을까 잠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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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걷다가 양치기가 몰고 가는 고트 Goat 떼를 만났다. 고트라는 말을 듣고 내가 알고 있는 염소들과 달라서 고트가 염소가 맞는지 한참 생각했다. 목에 달려 있는 방울이 걸을 때마다 딸랑딸랑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고, 염소들은 가끔 바닥을 핥다가 걷다가 또 한 눈을 팔고 있다가 양치지의 소리를 듣고 다시 걸어갔다. 염소 떼가 지나는 곳의 바닥은 군데군데 색깔이 하얬다. 저건 암염인가 궁금했지만 사람들이 떨어져 있어서 물어보지는 않았다.


염소 떼가 지나가고 나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사막 같은 모래벌판 언덕이었다. 고개를 넘기 전에 뒤를 돌아 소롱 라 패스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올려다보았다. 패스 위는 검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킴이 오늘은 날씨가 나빠서 소롱 파 패스 넘기가 힘들 거라고 했다. 일정을 하루 앞당기지 않았으면 오늘 넘느라 고생할 뻔했다. 고개를 넘어서자, 소롱 라 패스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길은 벌판으로 구불구불 뻗어 있었고 그 길을 차가 한 대 지나가고, 세 대의 바이크가 경적을 울리면서 달려왔다 사라졌다. 시애틀 커플과 가이드가 다른 길에서 나타나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다가 앞으로 사라졌고, 이상한 배바지를 입은 남자와 연두색 배낭을 멘 커플은 우리 뒤에서 나타나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지나쳐 갔다. 네팔에는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짧은 반바지를 입은 젊은 서양 여자 둘은 길에서 만난 네팔 사람에게 물을 건네며 마을 식당이 문을 열였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사막처럼 보이는 모래벌판을 지나가자 그 모래 언덕 밑에 마을이 나타났다. 언덕은 꽤 가팔랐지만 금방 내려갈 수 있는 높이였다. 마을은 도로가 모두 돌로 덮여 있는 포근한 느낌의 마을이었다.


Kagbeni의 게스트하우스에는 스페인어를 쓰는 한 무리의 사람이 다이닝룸을 차지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무스탕'이라는 말이 들렸다. Kagbeni가 무스탕 트레킹의 출발점이 되는 마을이라 그들은 무스탕으로 트레킹을 가는 모양이었다. 그 사람들 때문인지 주문하고 반시간 넘게 기다려서야 음식이 나왔다.


점심을 먹고 빨래를 했다. 빨래는 너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 계곡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구름이 바람을 따라 빠르게 다가와서 잠시 비를 뿌리고 지나갔고 구름이 지나가고 나면 날은 다시 맑아졌다. 빨래를 널었다가 비가 와서 걷었다가 다시 널었다. 집게가 많이 없어서 바람에 안 날려가도록 묶어놓긴 했지만 바람에 날아갈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빨래는 날아가지 않고 햇볕에 바삭바삭 말랐다. 한가롭고 햇볕 따뜻한 오후였다.

IMG_20170515_181722.jpg Yak steak

게스트하우스 식당 메뉴에 다른 곳에 보지 못한 야크 스테이크가 있어서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식사비용은 트레킹 비에 포함되어 있어서 메뉴에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주문할 수 있었다. 야크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네팔의 고르카 Gorkka 맥주를 마셨다. 맥주값은 따로 내야 했다. '고르카'는 네팔의 용병을 가리키는 말인데 맥주 이름이 고르카여서 병에 고르카 용병이 그려져 있고 좀 거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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