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걷다 2 07화

애플파이를 먹고 바람 부는 언덕의 마을로

안나푸르나 둘레 길을 걷다 #7. May 9 (트레킹 5일 차)

by 메이플

안나푸르나의 동쪽에서 시작해서 북쪽을 향해 올라왔는데 트레일은 오른쪽으로 꺾어지면서 이제는 산의 북쪽에서 서쪽을 향해 걷고 있는 중이다. 상류로 올라오면서 Marsyangdi 강의 줄기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아침, Chame를 떠나 차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도로는 공사 중이었다. 차도를 새로 내기 위해 공사를 하는 곳이 많다. 여기도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트레일로 가면 경치는 좋은데 오르락내리락해서 힘이 드는 반면, 차도로 가면 오르막이 완만해서 올라가기는 편하다.


Talekhu를 지나 Bhartang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손님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차를 마시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젊은 남자 트레커가 나가면서 애플파이가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마을 입구에서 사과 농장을 보았었는데, 가게 옆에도 사과들이 쌓여 있었다. 가을에 수확해서 겨울 내내 보관했는지 사과는 물기가 빠져 쭈글쭈글하고 야구 공보다 작았다.


맛있다고 한 애플파이를 주문했는데 주문이 많이 밀렸는지 오래 기다려서 애플파이를 먹었다.


거기서부터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도 자주 나타났고 강을 두 번이나 건너야 했다. 3000미터 높이로 올라왔기 때문인지 빨리 걸으면 숨이 찼다. 고산에 적응하려면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해서, 빨리 걷지 않으려고 애썼다.


Dhiku Pokhari는 나무가 자리지 않는 돌산 기슭에 있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조금 가자 앞이 확 트이면서 멋있는 경치가 나타났다. 한숨 자고 가면 좋을 것 같았지만 계속 걸었다. Marsyangdi 강 옆에 자리를 잡고 있는 Lower Pisang으로 가지 않고 강과 마을을 내려다보며 Upper Pisang로 가는 윗길로 접어들었다. Upper Pisang마을은 강을 멀리 내려다보며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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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돌로 지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선 마을은 언덕 위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의연하게 서 있었다. 지금까지 보던 네팔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나무로 지은 집이었는데, 여기 집들은 바람과 맞서기 위해서인지 나무를 구하기 힘들어서인지 돌로 지었다. 티베트 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았다. 마을에 티베트 사원도 있다고 했다.


히말라야 산맥은 네팔과 티베트를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경계 역할을 한다. 지도를 보면 안나푸르나는 네팔 내부로 깊숙이 내려와 자리를 잡고 있어서 다른 히말라야 산들에 비해서는 티베트와는 거리가 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안나푸르나의 북쪽에는 지금도 티베트 민족 사람들도 많이 살고 문화적으로 네팔보다는 티베트에 가까운 것을 볼 수 있다. 히말라야 산맥의 북쪽은 티베트 사람들이 주로 살던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사람들에게 지금 그어져 있는 국경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큰 산은 골짜기 골짜기마다 사람을 품고 기른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산을 닮아 넉넉하고 순박하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 이곳에서 살면서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하면서 여행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게 된 그들은 여행자들로부터 평생 모르고 살아도 좋을 것들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그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지만, 여행객들 때문에 망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빨래를 해서 널었다. 추워서 샤워는 생략하고 세수만 하고 핫 초콜릿과 밀크티를 마셨다. 저녁을 먹기 전에 마을에 있는 티베트 사원을 구경하고 왔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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