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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플 Jan 05. 2021

팬질 혹은 덕질하는 나이

<팬텀 싱어 3>를 보면서 덕질을 시작했다

 덕질의 정의

처음 ‘덕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몰랐지만,  ‘덕후’와 관련된 말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그 뜻을 짐작했다.  ‘덕후’는 일본의 ‘오타쿠’를 음차 한 ‘오덕후’의  준말로, 그 당시에는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주로 지칭했고, 약간은 매니악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구십 년대 아니면 이천 년 초반쯤의 이야기다. 


‘덕후’의 ‘덕’과 어떤 행위를 하는 걸 낮추어 부르는 ‘질’이 합쳐져서 만들어 신조어인 ‘덕질’은  초기 하위문화를 파는 매니악한 면들은 없어지고 지금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 활동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세기말의 팬질      

덕질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지 십 년 정도 된 신조어이다 보니 이십 세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나는 젊을 때는 덕후도 아니었고 덕질을 하지 않았다. 그때는 아이돌은 없었지만, 그래도 스타는 있었다. 비틀스의 인기도 여전히 높았고, 퀸의 음악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장국영이나 주윤발 같은 홍콩 영화배우가 인기가 많던 시절이었다. 스타를 좋아하고 따르는 일을 그때는 무엇이라고 불렀던가 생각해보니 ‘팬질’한다고 한 것 같다. 


젊은 시절애는 ‘팬질’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다. 음악도 듣고 영화도 좋아해서 자주 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나를 매혹시키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현실이 아닌 소설에 빠져 살았다. 소설가 아니면 소설 속의 인물에 ‘팬질’을  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 열광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덕질’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고도 아이돌 그룹 이름 정도 겨우 알 정도였지, 덕질을 할 까닭도 없었다. 


<팬텀 싱어 3>

올해 초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팬텀 싱어 3>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클립을 보고, 그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음악 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고, 경연 프로그램은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나는 가수다> 시작할 때 몇 편을 본 게 다였다. 이번 보는 것은 세 번째 시즌이었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가요도 아니고 클래식 음악도 아닌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도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성악과 비슷한  남성 사중창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빠져 들었다. 아이돌 그룹이 춤추면서 노래 부르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데 노래만 불러서 좋았다. 


참가자들이 혼자 부르는 솔로에서 시작해서 이중창, 삼중창으로 서로 소리를 맞추어 가다가 마지막에 세 팀의 사중창팀이 만들어졌고, 세 팀이 결승전을 치렀다. 


성악을 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지만, 오페라나 뮤지컬 가수들도 있었고 국악을 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서로 맞추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었다. 성악곡으로 많이 불리는 이탈리아 칸초네와 프랑스 샹송을 비롯해서 쿠바, 그리스, 이스라엘의 노래도 들어볼 수 있었다.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원곡 가사가 갖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가요도 새롭게 편곡된 것을 들어볼 수 있었다. 아이돌 노래인 <마마>는 전에 들어본 적도 없었고, 아이유의 <러브 포엠>도 좋았고, 윤동주의 시를 가곡으로 만든 <무서운 시간>과 국악을 새로운 스타일로 부르는  <흥타령>도 감동적이었다. 


덕질을 시작했다

결승전에  올라온 세 팀 중에  한 팀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세 팀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세 팀 모두 응원하고 있다. 결승전이 끝나고 갈라 콘서트도 했지만, 코로나 시국에 한국에 가기 힘들기도 하고 아직 한국으로 비행기 타고 가서 볼 만큼은 아직 아니다. 유튜브에 영상 올라오는 것 정도 찾아보고 채널도 구독한다. 


“팬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나이에 웬 덕질이람” 


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덕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젊을 때는 팬질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 막 ‘덕질’을 시작했다. 


"그때는 아니고 지금은 맞다"


좋아하는 일에 나이는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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