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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플 Jan 01. 2021

그레이하운드 버스 타고 캐나다 횡단

내 평생에 다시 하지 않을 미친 짓이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넓은 나라다. 

캐나다 지도를 보며, 서쪽 끝부터 비시 B.C.(British Columbia), 앨버타 Alberta, 사스캐츠완 Saskatchewan, 매니토바 Manitoba와 온타리오 Ontario가 차례대로 늘어서 있고, 그 동쪽으로 퀘벡 Quebec, 뉴펀들랜드 Newfoundland, 뉴브런즈윅 New Brunswick, 프린스 에드워드 섬 Prince Edward Island과 노바 스코시아 Nova Scotia까지 모두 열 개의 주(Province)가 있고, 그 북쪽으로 북극해 Arctic Ocean에 맞닿아 있는 유콘 Yukon, 노스웨스트 Northwest, 누바벗 Nunavut의 세 개의 준주(Territory)가 있다.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는 꽤 멀다. 시차가 3시간이 나고 비행기를 타고 가도 세 시간 이상 걸린다. 그래서 토론토에 갈 일이 있으면 대부분 비행기를 탄다.  


동서를 연결해주는 기차선로는 화물 열차들이 주로 다니지만, 관광용 열차도 운행되고 있다. 밴쿠버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관광열차를 타면 록키 산맥을 넘어 중부 평원지대를 지나 토론토에 도착하기까지 사흘이 넘게 걸린다.


물론 길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갈 수는 있다. 구글 지도에서 찍어보면,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는 약 4300킬로미터, 운전시간은 40시간이 나온다. 쉬지 않고 달린다면 이틀 안에 닿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RV나 캠핑카로 여행하면서 캐나다를 횡단하는 사람들은 구경하면서 가는 거라 빨라도 몇 주씩 걸리고, 천천히 가는 사람들은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  


육로로 가는 다른 방법은 밴쿠버와 토론토 사이의 1번 국도를 오가는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타는 것이다.  


이민 와서 삼 년 만에 하와이와 말레시아에서 반년을 보내고 시민권 시험을 보기 위해 캐나다로 돌아왔다. 시험에 합격한 후, 선서를 하기 위해 또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단기로 할 수 있는 일을 구했다. 선서식을 하고 법적으로 캐나다 시민이  되었다. 그때는 계획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던 때라 하와이로 가려고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한국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을 그만두고 남는 시간에 친구와 캐나다 동부로 여행을 갔다.


토론토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갔다. 차를 렌트해서 일주일 동안 자동차로 여행을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나서, 오타와를 거쳐 몬트리올과 퀘벡시티까지 갔다 왔다. 서쪽 끝까지 가서 대서양을 보고 싶었지만, 퀘벡시티에서도 바다는 너무 멀어서 포기했다. 


토론토로 돌아와서 렌트한 차를 반납하고, 친구는 바로 비행기를 타고 밴쿠버로 돌아갔다. 떠날 날까지 날짜가 좀 남아있던 나는 중부 평원 지대를 직접 보기 위해 육로로 캐나다를 횡단하기로 했다. 횡단 열차는 그 당시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너무 비쌌기 때문에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타기로 했다.


계속 타고 가면 사흘이 걸리지만, 중간에 들리는 큰 도시에 내려서 구경도 하고 하룻밤 자고 다시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할 생각이어서 일주권 티켓을 구입했다. 마니토바의 위니펙, 앨버타의 에드먼턴과 록키의 자스퍼에서 하룻밤씩 묵을 계획이었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

밤에 출발할 계획이어서 남는 시간에 토론토 근처에 있는 작은 도시 런던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곳에 있는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런던은 작은 도시라 대학교는 버스 터미널에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한가롭고 여유 있게 학교 구경을 마치고 터미널로 돌아왔다. 버스 시간표를 미리 확인했던 터라 마지막 버스 시간에 맞춰 돌아갔는데, 토론토행 버스는 이미 끊어진 후였다. 내가 보았던 시간표는 주중에 운영되는 것이었고, 주말에는 버스가 일찍 끊기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고, 그날은 마침 토요일이었다. 


근처 호텔에 가서 잘까 생각도 했지만, 새벽에 떠나야 했기에 호텔비를 아끼려고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 토론토 가는 첫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잘한 결정은 아니었다.  


자정을 넘기고, 손님도 끊기고 창구에서 일하던 직원도 사라졌다. 텅 빈 대합실에 혼자 앉아 있자니 좀 마음이 불안해졌다. 앉아서 책을 읽다가 졸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른 새벽에 가끔 버스가 들어왔다. 버스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대합실로 들어와 버스를 탔고, 버스에 내린 몇 명 안 되는 사람들도 금방 사라졌다. 버스가 떠나고 나면 다시 조용해졌다. 대합실 의자는 몹시 불편했고, 불안한 마음으로 불면의 밤을 보냈다. 


새벽, 첫 버스를 타고 토론토로 돌아와 밴쿠버행 버스로 갈아탔다. 토론토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바다 같이 넓은 호수 옆길을 계속 달렸다. 불면의 밤을 보낸 탓에 정신없이 졸기 바빴다. 버스는 도시나 마을을 둘러둘러 갔다. 도시에서는 터미널에서 멈추었고, 작은 마을로 들어가면 주유소와 가게가 붙어있는 곳에서 멈추었다. 사람만 내리고 태우고 떠날 때도 있었지만, 휴식을 위해 자주 멈추었다. 


버스 운전사는 내리기 전에 휴식시간이 언제까지 알려주었다. 휴식 시간일 때는 삼십 분 정도, 밥을 먹어야 하는 식사 시간에는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이 주어졌다. 멀리 갈 수 없기 때문에 터미널 안에 있는 카페 아니면 주유소에 붙어 있는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했다. 가끔씩 근처에 맥도널드 간판이 보이면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기도 하고, 밤을 먹고 시간이 남으면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구경을 하다가 다시 버스를 탔다.  


버스 운전자는 일정 시간마다 교대했지만, 버스는 해가 지고 밤에도 계속 달렸다. 온타리오주의  썬더 베이 Thunder Bay를 지나자 그때까지 줄곧 보이던 호수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버스에서 밤과 낮을 보내고 매니토바 Manitoba의 위니펙 Winnipeg에서 내렸다. 호스텔로 가서 그대로 뻗어 버렸다. 그다음 날 위니펙 시내에 있는 주의사당에 가보고 시내를 구경하다가 저녁에 버스를 탔다.   

위니펙 거리


매니토바 Manitoba와 사스 캐츠완 Saskatchewan이 캐나다 중부의 대평원 지역으로 매니토바주로 들어서서는 대평원을 달리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 아니면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초원이 무한 반복 재생되는 영화처럼 계속되었다. 사스캐츠완에 들어서도 풍경은 비슷했다. 사스캐츠완의 주도인 사스카툰 Saskatoon은 한밤중에 지나쳤다. 


계속 달려 앨버타 Alberta주에 들어섰다. 주도인 에드먼턴 Edmonton에 내려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앨버타 대학교와 쇼핑몰을 구경했다. 쇼핑몰은 엄청난 규모로 유명한 곳인데, 몰 안에는 당연히 많은 식당과 가게가 있고, 영화관, 파도타기를 할 수 있는 수영장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즐길 거리와 편의 시설들을 갖추고 있었다. 한 번 들어오면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겨울에 영하 이삼십 도까지 떨어지는 지역이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것 같았다. 돌아보기도 지칠 만큼 넓었다. 

쇼핑몰 내부

에드먼턴을 지나면서 중부의 대평원도 끝이 나고 드디어 록키산맥이 나타났다. 록키산맥은 앨버타주와 비시 주의 경계를 이루고 있어서 록키산맥을 넘어서야 비시 주가 나온다. 록키산맥의 산길을 달려 버스는 재스퍼 Jasper에 도착했다. 재스퍼는 밴프와 더불어 록키의 중심도시이다. 


재스퍼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었지만, 런던에서 시간을 허비했고, 또 밴쿠버가 가까워지자, 빨리 여행을 끝내고 싶어 져서 버스에서 내려 몇 시간 동안 도시를 둘러보고, 밤을 보내지 않고 다음 버스에 올랐다. 사실 재스퍼는 둘러보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 작은 도시이기도 했다. 


재스퍼에서 밴쿠버로 오는 길도 한나절이 꼬박 걸렸지만, 7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온 나에게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드디어 밴쿠버 중앙역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때가 한밤중이었는지 아니면 아침이었는지조차 기억이 희미하다. 아무튼 그렇게 그레이하운드 버스 타고 캐나다를 횡단하는 여행은 끝이 났다. 


여행을 하다 보면 버스를 타고 긴 시간 이동할 때도 많은데,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타고 캐나다 횡단한 이 버스 여행이 제일 긴 여행이었다. 내 평생 이런 미친 짓을 다시는 안 하겠다고 결심할 만큼 힘들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캐나다의 마을들을 그렇게 많이 들려볼 기회가 언제 또 있겠는가?


#버스 여행#그레이 하운드#캐나다 횡단#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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