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정한 변리사 Dec 28. 2018

[기술창업 36계] 대표이사는 왜 외로운가?

대표이사를 외롭게 만드는 5가지 이유와 해결방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컴퍼니비(주)를 설립하고, 2년이 지났다. 그리고 첫 투자인 크라우드웍스에 투자한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로 등록된지 1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24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법인계정 및 개인투자조합 투자)를 완료하였다. 그 사이에 16회의 컴퍼니비 오피스아워(조합원들을 모시고 스타트업을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투자심의 기구)와 9회의 홈브루 파티(판교에서 매달 마지막주 월요일 저녁에 열리는 직장인 & 엔젤 & 스타트업 네트워킹 파티)를 하였다.    


약 200개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300명이 넘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서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면서, 드는 의문은 바로 ‘왜 대표이사들은 외로워 하는가?’ 였다. (안 외로운 대표님들은, 본문 패스! ㅋ) 그냥 내 나름대로의 분석은 아래와 같다.


1.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다.

사실 가장 안좋은 케이스인데, 밥을 혼자먹는 대표들이 상당히 많았다. 시간이 부족해서, 스마트폰 만지면서 스트레스 풀려고, 직원들이 나를 불편해하니까, 등의 이유가 있기는 한데, 대표이사들의 외로움은 밥을 혼자먹는데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더라.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밥은 직원들 또는 비즈니스 파트너들(거래처, 멘토, 투자자, 공무원, 동문, 친구)과 함께하는 것이 외로움을 줄이는 방법이다. 밥먹으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자, 우리 사업이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일인지 이야기하자.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자. 대표이사로서의 외로움이 줄어들 것이다.



2. 독방을 쓴다.


독방(임원실)은 구시대적 기업문화이다. 물론, 문에 ‘대표이사 실’이라고 써있고, 그 앞에 비서님이 앉아계시면 폼은 나겠지만, 독방은 현대판 뒤주라고 생각한다. 유리방은 그나마 낫긴 하지만, 정보의 교류를 막아버리는 것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독방에 대표이사 혼자 앉아서 모든걸 혼자 고민하는것은 결코 수평적 문화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방에 앉아있으면, 직원들이 점심먹으러 갈때, 대표이사를 부르지 않는다. (직원복지를 위해서, 오히려 좋은건가? ㅎㅎ) 하지만, 직원들과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 어렵다. 물론,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럴 경우, 회사의 회의실 하나를 도서관으로 꾸미면 된다. 월급받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 도서관에 들어가기가 눈치보인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쉬면서 생각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독방은 권위를 높여주는 것으로 생각되어졌지만, 그렇지 않다. 독방은 대표이사를 직원들과 차단시키는 공간이며, 회사의 의사결정을 늦추며, 직원들에게 ‘결제’의 압박을 제공하는 구시대적 기업문화이다.


세계 최대의 기업인 ‘페이스북’ 에는 CEO Room이 없다. 수평적 문화는 스타트업 고속성장의 원동력이다. 독방을 고집하지말자. 외로워지지 말자.  



3. 매니저 역할을 하고 앉아있다.


업무지시는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지시와 성과관리는 이사 이하 매니징 파트너들이 ‘관리’해야하는 것들이다. 대표는 비전과 철학 그리고 기업 거버넌스를 공고히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멘토를 모시고, 고객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투자자들(주주들)이 아무리 쪼아댄다고 하더라도, 대표이사가 매니저가 되서는 안된다. 실적을 위해서 조직원들을 쪼아봐야 외로움만 더 깊어질 뿐이다.

실적은 경영관리 파트의 이사가 관리해야하는 것이고, 대표이사는 임직원들을 따듯하게 품어주어야 한다. 본부장에게 혼난 직원을 챙겨야 하는 것은 대표이사의 일이다. 조직관리, 성과관리를 위해 지분을 분배한 이사님들에게 역할을 맡기고, 대표는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자. 대표이사가 주주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딱 3가지다. 1) 좋은 사람 뽑아오기, 2) 돈 구해오기 또는 돈 벌어오기, 3) 조직에 안맞는 사람 잘 내보내기 이다. 앉아있지 말자.




4. 쓸모없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 &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대표이사들에게는 시간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살고있는 사람들이 바로 대표이사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표이사들은 ‘목적달성’을 위한 사람들만 만난다. 그리고 모임에 나가서도 ‘나의 회사’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계속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모임에서 수 많은 대표이사들을 만나지만,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자신의 사업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를 ‘발설’만 하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잘 듣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인생과 아이템을 ‘질문’하지 않는다.

누가 당신을 어떻게 도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업의 기회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잘 파악하는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허름한 차림의 말없는 노인이 당신을 위한 맞춤형 엔젤투자자일 수도 있고, 말은 잘 못하지만 모임에 처음 나와본 수줍은 친구가 슈퍼개발자일수도 있는데,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는다면, 그런 소중한 인연들은 그냥 지나쳐가게 되는 것이며, 대표이사는 더욱 외로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당신의 사업을 기준으로 쓸모없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자.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주는 조언들을 들을 수 있을것이며, 당신의 사업아이템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5. 나누지 않는다.


많은 대표이사들이 현인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그리고, 좋은 능력을 개발자, 디자이너에게 부탁을 한다. 부탁하는 자세는 좋다. 하지만, 좋은 인재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나누어야한다. 그것이 주식이 되었던, 돈이 되었던, 따듯한 말 한마디가 되었던, 당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무언가를 나누어줘야 한다. 당신이 야박한 사람이라는 평은 순식간에 퍼지고, 대표이사를 더욱 외롭게 한다.

작은것이라도 나누자.

물론, 중요한 것은 쉽게 나누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적어도 작은 나눔이라도 하자. 나눔의 자세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람들은 당신이 ‘나눔의 자세’를 보유한 사람인지를 상당히 빨리 알아첸다.  작은것이라도 나누자.




대부분의 대표이사들은 결국, 대표이사는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것이다. 대표이사는 ‘사장님’이 아니다. 대표이사는 여러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대표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스스로를 ‘사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 구성원들이 당신을 ‘회사의 가장’으로 생각하고, 어려워하는 것이다. 조직원들이 당신을 어려워하면, 그 조직원은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은 외로워진다. 사장님이 되지말자. 모든 책임을 스스로 떠안지 말자. 당신은 당신이 창업했지만, 당신이 아닌 별개의 법인격인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권한을 위임한 이사들이 대표로 선출한 사람일 뿐이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밥 같이 먹고, 독방에서 나와서, 권한과 책임을 분배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뭔가 작은것이라도 생기면 나누자. 그러면 대표이사인 당신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p.s 본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수필이므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틀린 내용이 있으면 제보 바랍니다.


작성

컴퍼니비(주) 대표이사 엄정한

shawn@companyB.kr

www.companyB.kr


이전 13화 [기술창업 36계] 개발자 구하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